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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May 20. 2023

공짜로 과외하기

-죄송해요 선생님 (2)

우리 엄마는 꼭 마지막에 여운을 남긴다. 과외를 시켜달라는 딸의 부탁을 야멸차게 거절한 것이 걸려서 그냥 하신 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밤새 공짜로 과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아이들에게 쫓아다니며 물어봤다.

“ 너 혹시 나랑 수학과외 할래? 대신 조건이 있어 우리 집을 과외 장소로 빌려주고 우리 엄마가 간식은 제공할 거야 그래서 나는 과외비를 안내는 조건이야”

나는 과외비를 나 빼고 1/N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적어도 4명은 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은 수다만 떨 것 같아 제외하기도 하고 다른 반 까지 찾아 헤매다 2명에게 확답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2명은 남학생 몫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보다 수학에 대한 관심도 높고 남학생이 있음으로 해서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공부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두 명을 어디서 찾느냐이다.

같은 교회 다니는 애들이나 초등학교 동창생들을 떠올리며 어디서 두 명을 찾을까를 궁리하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서도 오로지 과외를 모집할 생각에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남학생과 여러 번 눈이 마주쳤다.


정거장에서 내려 집 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아까 눈이 마주친 남학생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나를 불러 세웠다. “저.....” (빠르게 스캔을 해보니 2학년이라는 학년 배지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나는 상대방이 묻지도 않은 말을 내뱉으며

“사귀자고요?” 남학생은 귀까지 빨개지며 수줍게

“아.... 네”

“그쪽은 공부 잘해요? 수학이나 영어 말이에요”

“아.. 네 웬만큼은 합니다”

“그럼 저랑 같이 과외하실래요?”

남학생은 혼이 나간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했다.

“아니 공부 잘한다면서요 그럼 우리 과외 팀에 들어오시라고요

내일까지 남학생 한 명 더 데리고 오면 우리는 저 포함 3명인데요

저는 과외 장소에 간식제공이라 과외비를 안 내니까 4명이 1/N 하는 거예요

과외는 2시간씩 영어, 수학 주 2회예요 아셨죠? “ 따발총같이 설명하는 내 말을 잘 알아들었는지 몰라도 그냥 하겠다고 했다. 나는 처음 보는 남자애를 이끌고 우리 집 앞까지 갔다.

내일까지 과외할 친구 한 명 더 구해서 우리 집 우편함에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과외를 모집하겠다는 욕심에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처음 보는 남학생을 끌어들였다.

다음날 우편함에는 다른 친구 한 명의 이름과 함께 과외를 할 수 있다는 답신이 들어 있었다.

나는 전날 약속한 대로 그 답신을 받고 우리 집 전화번호와 과외 시작일을 써넣은 종이를 우편함에 넣어두었다.


이제 과외 선생님만 구하면 된다. 당시에는 입주과외도 많았고 지금처럼 대학생과외 할 사람이 많아서 과외 구성원들을 채우는 게 급선무였다.

우리 반에 오지랖 넓은 미선이라는 친구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네 교회 성가대 선생님 중에 서울대를 다니는 선생님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교회에서 성가대까지 하는 성실함과 서울대라는 학벌이 너무 맘에 들었다.

이제 선생님만 만나 우리 집으로 모셔오기만 하면 나의 첫 과외수업이 시작된다.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이 대견하다고 여겼다.

여러 가지로 결핍한 환경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단단해지고 도전적이었던 나의 학창 시절!

당시에는 빵집도 많지 않았는데 파운드케이크이나 다양한 빵을 잘 만들어 주시던 엄마가 있어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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