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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May 20. 2023

진짜 공부하는 방법

-죄송해요 선생님 (3)

#이상한 선생님


아이들에게 우리 집 가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나는 과외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 가야했기 때문이다.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선생님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까부터 노숙자처럼 보이는 어떤 남자가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앉아 책을 보다 힐금힐금 나를 쳐다보는 것이 기분 나빴다.

나는 시계를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니 얘는 대체 전달을 똑바로 한 거야? 아이들이 기다릴텐데... 선생님은 왜 안 와?"

과외 첫날부터 시간에 늦으면 아이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어 혹여라도 과외공부를 안 하겠다고 할까 봐 혼자 조바심이 났다.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리고 있는데 긴 머리에 얼굴전체가 수염으로 덮여 꼭 원숭이형상을 한 그 노숙자 같은 사람이 신문을 접고 일어나더니

“혹시 학생이 과외 의뢰한 그 학생?”나는 설마 이 사람은 아니겠지 했는데.... 기가 막혔다

나는  다짜고짜 서울대생 맞아요? 학생증 좀 보여주세요”

그 사람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긴 머리를 흔들어 넘기더니 주섬주섬 학생증을 꺼내보여 주었다.

친구가 말해준 이름과 학과는 맞았다. 같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내내 실망한 아이들이 안 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


반갑게 문을 열어준 엄마도 선생님의 외모에 좀 놀란듯했다.

신발을 벗자마자 양말사이로 비집고 서로 안녕하고 인사하듯이 나온 발가락 여러 개에 눈이 갔다. 예상대로 아이들 눈빛도 내가 느낀 첫인상과 비슷한듯했다.

자기소개를 통해 우리는 선생님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누나와 함께 고아원에 버려졌지만 체구도 왜소하고 오직 공부만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공부만 했다는 선생님의 스토리에 나도 아이들도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오직 내 것이 공부라며 우리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해주었다.


하루는 과외하는 날인데 아빠 제삿날이 돌아왔다.

엄마는 여러 가지 제사준비로 바쁘기도 하지만 집에 손님들도 오셔서 정신이 없다며 과외날짜를 미루었으면 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며칠 뒤에 레슨비를 받는 게 곤란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걱정을 했더니 하루만 자기네 집으로 와서 하자고 했다. 같은 서울이 맞나 싶은  움막 같은 곳에 살고 계셨다.

 라면을 끓이고 계시던 중이라 라면 먼저 드시라고 했더니 전혀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저 라면을 금방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두 시간 정도 불리면 가락국수처럼 굵은 면발이 되거든

그걸 반만 먹고 반은 다음에 먹는 거야 "

나는 집에 와서 선생님 얘기를 전했다. 그 후로 엄마는 과외수업이 끝나면 꼭 밥을 챙겨 주셨다.

나는 그동안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슬플 때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이 선생님을 만나면서 내가 엄청 귀하고 잘 보호받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건 없는데 성적은 올랐어요

우린 3개월 정도 과외수업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끼리 열심히 공부했다.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별다른 게 없었다. 정통종합영어 책을 펴고 돌아가면서 뜻을 해석하고

수학 정석 문제를 지적당한 애가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선생님은 순서만 정해주고 중간중간 보완해서 설명해 줄 뿐이었다. 설명을 못하면 창피하니까 학교에서도 과외가 없는 날에도 열심히 공부했다. 결국 공부는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또 나는 수학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던 부분을 책을 보면서 개념도 정리하고 질문하면서 어렵지 않게 다 따라잡았다. 중간고사에서 말도 안 되게 60점대를 맞은 것을 뼈아프게 생각하며 이를 갈고 정말 열심히 따라잡았다.

이제 우리 담임시간이 무섭지도 않다.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서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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