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있어도 힘들고 없어도 힘든 고단한 삶-
“엄마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잘하고 싶은 일이에요 ”
딸이 퇴근하자마자 연예인이 되겠다며 나에게 한말이다.
나는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예쁘게 생겨서 4살 때 유명 아동복 모델 제안을 받은 적도 있었고
간혹 연기자나 미스코리아를 시켜보라는 사람들의 말을 다 농담으로 웃어넘겼다.
왜냐하면 오빠보다도 공부도 아주 잘하고 지능지수도 140이 넘어
본인이 원한다면 과학고에 도전해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자꾸 그런 말을 해줘서인지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아이가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에도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면 나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오디션을 보라고 권한다.
아무리 말려봐야 소용이 없고 전문가의 객관적인 판정이 나야만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부모 몰래 오디션을 보고 대형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뽑혔다니 할 말이 없었다.
남편은 저 나이 때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하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되냐며 적극 응원으로 돌아섰다.
내키진 않았지만 집에서 청담동으로 매일 가는 일이 쉽지 않아 얼마 버티지 못하고 포기할 줄 알았다.
대형 기획사라서 연예인도 많았지만 연습생도 많았다.
심지어는 10년 넘게 연습생만 하다 끝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8년의 긴 연습생 생활을 거쳐 6인조 걸 그룹으로 데뷔를 했다.
대부분 연습생=데뷔인 줄 알지만 그룹 같은 경우는 팀원들과 조화도 맞아야 하고
좋은 곡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도 중간에 한번 회사를 옮기기도 했다.
가끔 학교에는 “oooo 연예기획사”라는 이름으로 공문이 온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연예학원 같은 곳이다.
일단 합격했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곳은 무조건 학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예기획사는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들이 돈을 들여 춤, 연기, 운동 레슨을 시켜 최상의 상품으로 만들어 데뷔를 시키는 것이다.
물론 데뷔 후에는 그동안 들인 돈을 다 빼고 정산한다.
얼마 전 방송에서 데뷔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H.O.T도 3년간 정산받은 돈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그간 들어간 숙소비, 레슨비, 의상비 앨범 제작비등을 다 빼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그동안 얼마가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회사에서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회사와 서로 불신이 쌓여 멤버들이 집단 이탈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성공적인 데뷔로 신인상을 받으며 인기를 누려본 적도 있다.
활동이 많을 때는 하루에 1~2시간도 못 자서 늘 힘들어했다.
무대에서 조명을 받는 연예인은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을 받기까지 수년간 하루 12시간 이상의 연습시간을 견뎌내는 끈기가 필요하다.
공부를 그 정도로 했다면 서울대를 가고도 남았을 정도이다.
그러나 연예계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타인에 의해 나의 가치가 결정된다.
노래는 너무 잘하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가수들도 많다.
또 어린 나이에 인기를 누렸다고 해서 그 인기가 오래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룹의 평균 활동 수명은 3~5년이다.
연예인은 성공해서 인기가 있으면 몸이 힘들고 인기가 없으면 마음이 힘들다.
어떤 경우든지 힘든 직업이다.
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연예인이 되겠다는 자녀가 있다면 많은 연예인이 소속되어 있는 대형 기획사 오디션을 봐야만 한다.
기획사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합격하려면 그 대학이 원하는 조건을 갖추어야 합격하는 것처럼 연예인도 기획사가 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취업이 100% 보장되지 않는 것처럼, 연예인이 한 명도 소속되어 있지도 않은 기획사라면 데뷔를 못할 확률이 높다.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