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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ul 22. 2023

반품이 가장 쉬웠어요

-살찐 자의 비애-

얼마 전 나는 홈쇼핑 앱을 다 지워버렸다. 핸드폰화면에만 지워졌다고 마음에서까지 지워지진 않은 모양이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다 바지 3개에 79000원을 또 급하게 결제해 버렸다.  


예전에는 백화점에 가서 그냥 아이쇼핑만 하고 나오려고 해도 매니저 언니들이 안 사도 좋으니 한 번만 입어 보라고 권유하기 일쑤였다. 귀가 얇은 나는 못 이기는 척 이끌려 들어가서 입어보면 이건 내 옷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맞았다. 그래서 아이쇼핑이 늘 쇼핑으로 이어지곤 했었다.

이젠 딸의 권유에 못 이겨 백화점에 가도 예전보다 15Kg 이상 비대해진 나에게 아무도 옷을 권하지도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한 번은 딸에게 선물하려고 혼자 백화점에 들러 구경하고 있었는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매니저가 묻지도 않았는데 “손님 사이즈는 저희 집에는 없어요 ”라며 구경조차 못하게 했다.

어찌나 서운하고 기분이 나빴는지 모른다.


유튜브 영상에 허름한 옷을 입은 여자가 명품점에 들러 상품을 구경하자 매니저가

 “손님! 여기는 손님이 사실만한 가격대가 없어요”라고 말하자

“제가 여태까지 눈으로 본 상품 다 포장해서 주세요”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고 괜히 통쾌했다.


 사실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외모로, 손에 든 가방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평가에 나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데도 요즘은 가끔 마음이 상한다.

그래서 이제는 홈쇼핑에서 주로 옷을 사게 된다.

마음 편히 구경하고 사보고, 입어보고, 아니면 반품하면 그만이니까.....

 매니저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편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금쪽이에게 꼭 맞는 처방전으로 요즘 제일 바쁘실 것 같은 오은영 박사님의 옷이 에르메스라며 논란(?)이 일었었다. 나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자신의 선택 따라 입는 것이 왜 남의 판단거리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빵 터진 이유가 있다.

그 박사님도 아래 바지는 모두 홈쇼핑 옷을 입는다는  어느 방송인터뷰 때문이다.

(큰 사이즈는 홈쇼핑이 제일 편하고 잘 나오는 것 같다)

나도  요즘은  바지 위주로 구매를 하는 편이다. 또 홈쇼핑 관계자에 따르면 속옷은 진짜 싸다고 입을 모아 말해서 두 가지는 꼭 홈쇼핑에서 사려고 한다.


그런데 어제는 뭐에 씌었는지 가방을 주문했다. 어디 나갈 곳도 없건만  나는 덩치가 있어서 큰 가방을 선호하다 보니 어깨에 멜 가볍고 작은 가방이 없다. 여름에 가볍게 매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갈 상상을 하며 가방을 샀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그런 그린색이 아니었고 크기도 애매해서 반품을 하려고 재포장을 하고 있었다.

하필 그때 나타난 남편은  “또 반품이야? 웬만하면 그냥 사지 뭘 또 보내?”

“아니 반품해도 괜찮으니까 하는 건데 왜 억지로 사라는 거야?”

“아니 뭔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주문했을 거 아냐 그런데 왜 그새 마음이 바뀌냐고”
 “남편은 반품이 안 돼서 그냥 같이 사는 거구 이 가방은 반품이 되니까 하겠다는 거잖아”

에구구.... 나는 갑자기 욱해서 하지 말아야 할 속마음을 말하고야 말았다.

진짜 치매 전조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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