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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un 25. 2023

애견 엄마로 살기

우리 집 서열 1위는 애완노견 보미이다.

견종은 귀가 나비같이 생긴 빠삐용이다.

영리하기도 하지만 깔끔하기도 해서 흔히 강아지 키우는 집에서 나는 개비린내 같은 것이 전혀 없다.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후배 교사로부터 생후 2개월 때 선물 받아 14살인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어찌 보면 그사이 아들은 군대 가서,  딸은 숙소생활로 집을 몇 년씩 비울 때도 늘 우리 곁에 한결같이 함께 했던 건 오히려 우리 애완견 보미였다.


아이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요구를 다 들어주면 줄수록 어리광이 심해지는 것 같다.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코로나 때 온 가족이 24시간 함께 있었다.

 애견에게 3년은 사람의 시간으로는 거의 12~15년(1년=4~5년) 정도라고 한다

3년 사이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귀가 어두워진 듯 전처럼 택배배달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문제는 전에 없이 수시로 나를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학교도 다니고 사회활동을 할 때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잠시만 눈에 안 보여도 깜짝 놀라서 집을 몇 바퀴를 돌며 찾으러 다닌다.

또  내가 안 보이면 울기 시작한다고 한다. (코로나 전에는 안 하던 행동이다)

집에 있는 식구들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점점 나의 사회활동에는 제동이 걸렸다.

우선 집에서 왕복 3시간 거리의 교회도 못 나가고 온라인 예배로 참석하고 있어서  너무 속상하다

믿지 않는 남편은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어쩔수 없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것을 잘 알면서도 굳이 교회를 꼭 나가야 하냐며 화를 낸다.

(보미가 울어서 이웃간 분쟁이 나는 것도 싫고 소리에 민감하여 강아지 짖는 소리를 잘참지 못한다)


그리고 강연활동이다.

잠깐만 안 보여도 울어재끼는 통에  얼마 전 용인시내 학교 강연도 질문도 제대로 못 받고 여유없이 허겁지겁 하고왔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전 보미가 나를 찾지않던 생각을 하고  강릉 강연을 잡은게 화근이었다.


그냥 오랜만에 바람도 쐬고 강연도 하고 온다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문제는 식구들이 모두 다  왜 그렇게 멀리 갈 생각을 했냐며 보미는 생각도 안 하고,

가족들 걱정은 안중에도 없냐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너무 화가 났다.


나는 명예퇴직 후 전국을 여행처럼 다니며 강연 활동을 하고 싶었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 수학여행이나 야영활동만 따라다닌 게 내 여행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는 자주 가지만 시댁에 가는 것이라 인사할 곳도 많고 자유스럽지 못한 경우도 많았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에게  공황장애가 생기면서부터는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그래서 부산이나 가평, 동해시 이런 곳에 강연이 잡히면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우리 보미가 예전 같지 않고 나 없을 때 울기 시작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다고 취소할 수도 없는 강연이라 마음이 불편했다.


“아빠!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우리 1박 2일 가족여행으로 다 같이 강릉을 다녀오는 건 어때?”

며칠째 식구들로부터 구박을 받아 속상해 있는데 갑자기 딸이 아빠 한데 여행제안을 했다.

“그럼... 그럴까?” 남편은 못이기는척 하며 동행에 응해줬다.

나는 너무 기뻤다. 내가 없는 동안 보미가 울부짖으면 아파트 주민들에게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올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공황장애로 동네 장 볼 때만 운전하는 남편도 여행을 마음대로 못 가는 게 내심 답답했을텐데

딸은 그럴 때마다 비록 돈은 많이 들지만 공항밴을 불러준다.

운전 걱정 안 하니  공황인 아빠도 편하게 여행하게 배려해 주는 착한 딸이다.

“우리 가서 물회도 먹고 대게도 먹고 바닷바람도 쐬고 옵시다”


강연을 앞두고 이틀 동안 지옥에 갇힌 마음이었다가 딸의 한마디에 천국에 있는 기분이 되었다.

나는 딸에게 “딸 진짜 고마워... 엄마가 앞으로는 보미를 위해서라도  집에서 먼 거리 강연을 안 하도록 할게

그리고 강릉 가족여행을 제안해 줘서 엄마 마음이 편해졌어 너무 고마워 “

웃으면서 딸이 한 말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어머니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배고픈 사랑은 위태해질수 있고

자녀에게 뭐든 다 해주고 싶은 사랑이 있어도 부모의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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