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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ul 07. 2023

최강야구를 재미있게 보는 이유

-결국 인성이 좋아야 야구도 잘한다-

얼만 전부터 딸과 함께 최강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고교생 때부터 야구중계방송을  챙겨보며 최동원이나 이만수선수의 팬이 되었다.

딸은 원래 야구를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유는 각자 관전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딸은 대충 경기의 흐름을 보고 야구 경기의 룰을 이해한 야구 초보이다.

그래서인지 주로 보는 것이 사람의 인상, 기세 등이다.

관상으로 봐서 성격이 좋을 것 같다, 술을 좋아할 것 같다, 열심히 해서 감독님의 이쁨을 받을 것 같다 등 야구를 보는 것보다 그냥 엄마한테 '관상은 과학'이라며 수다 떠는 게 재미있는 것 같다.

이대호 선수는 그냥 봐도 왕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하지만 내가 보는 관점은 좀 다르다.


첫째는 은퇴를 했던 야구선수들이 뭉쳤다는데 왠지 뭉클함이 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애정하며 보고 있다.

나도 명예퇴직을 하고는 매일 아침 허둥대며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홀가분한 마음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없어진 듯 좀 불안하고 허전하기도 했었다. 또 아파트 주변에 학교가 셋이나 있어서 쉬는 시간 종이 들릴 때마다 학교에서의 시간이 떠올라 늘 그곳에 머물렀던 시간들이 있었다.

은퇴한 야구선수들도 그런 면에서 이런 예능프로가 생겨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가끔 은퇴한 선생님들도 지방에 낙후된 학교에 시간강사 정도의 월급으로(시간당 16000원) 배치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많은 노하우를 갖고 계신 선생님들이 진심을 다해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도심에 있는 아이들은 교육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큰 문제가 없지만 지방에서는 고교학점제 같이 다양한 과목의 수업이 필요한 경우 온라인이 아니면 이웃학교 간 거리도 멀어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람과의 관계를 보는 재미가 있다.

야구중계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마이크가 장착되어 선수들의 가쁜 숨소리도 들리지만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도 다 들려서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마음의  목소리까지도 들린다.

(물론 편집과정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삭제를 시키겠지만....)

 실수를 하고 들어왔을 때 같은 동료로서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거나 아니면 안타를 쳐서 팀에 큰 도움이 되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지 등이 보여서 재미있다.

그냥 야구 중계로 봤으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보여서 더 흥미롭다

특히 투수들이 흔들릴 때 감독들이 나가서 무슨 말을 하나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롭다.

고등학교팀 감독들은 투수를 교체하면서 "오늘 많이 배웠지? 수고했다"라고 말하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최근에는 이대은 선수와 이대호 선수에게 관심이 가게 되었다.

 초반전에 이대은 선수를 봤을 때는 아무리 은퇴를 하고 야구를 떠났다고는 하지만 마치 피구공을 던지듯 하는 그의 투구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고 그가 마운드에만 서면 불안 불안했었다.

하지만 점수를 내주면 외야수를 탓하기보다 내가 공을 못 던졌다고 자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런 면에서는 성품이 온순하고 착해 보였다.

감독이 바뀌고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나오더니 이제는 믿고 보는 선수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1부터 꾸준히 본 사람이라면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 대화를 나눠 볼거리가 있을 것 같다.  노력만큼 성과가 나는 것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대호 선수이다. 이대호 선수는 거물이다. 나는 그냥 야구를 잘하는 사람인줄만 알았는데 1루수에서 상대편 어린 선수들에게 가끔은 격려도 해주고 투수가 위기에 몰렸을 때 큰소리로 "괜찮아 공 좋아" 등 팀을 위해 한시도 입을 다물고 있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말 팀을 위해 시키지 않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름처럼 늘 어디서나 존재감이 크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의 여유 같은 것이 느껴졌다.


또 선발이 안된 투수들이 주로 더그아웃에서 잡담을 하는 소리가 자주 나온다.

투수들끼리 마운드에 서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보이는데 상대를 비꼬거나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는 농담을 툭툭 던지는 사람도 있다.

또 새로 들어온 멤버들을 대하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하고 인정받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남을 끌어내리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 프로의 하이라이트는 80대 노장 김성근 감독 영입과 60대 코치의 영입인 것 같다.

(노령사회에 나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일을 좋아하고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느냐라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야구에 진심인 노장의 노력과 선수들을 이끄는 지도력이 오히려 예능감을 더하는 반전도 있다.

"돈 받으면 프로니까 잘해야 한다" "우리가 못하면 20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속에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최강야구를 아끼는 마음이 전해진다.

가장 꿀재미는 열심히 연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님의 눈에 들기 위해  평생 야구를 했고,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40대 선수들도 연습에 예외가 없다는 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과거에 100승을 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앞으로 잘할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또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선수에게 "너 혼자 야구하냐?"며  투수혼자 타자를 상대하려고 하지 말고 외야수들을 믿고 함께 더불어 하는 게임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결국 이 프로를 통해 성실하고 팀원들을 배려하는 인성이 좋은 사람이 야구도 잘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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