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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ul 19. 2023

인디언식 이름 짓기

-딱딱이와 뚝딱이의 좌충우돌-

“막자고 일어난 놈이 또 잠이 와!!!”


매일 학교에 와서 잠만 자고 가는 아이에게 내가 만들어 부른 인디언식 이름이다.

순간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 선생님 이름만 들어도 학교생활이 다 드러나네요”

“선생님 저도요.... 제 이름도 하나 지어주세요”

아이들은 내가 지어준 이름이 왠지 멋있다며 이름을 지어달라고 쫓아다녔다.


 나는 가정과 교사였다. 수능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의 수업시간은 항상 갈등이 많았다.

학부모입장에선 국영수에 올인해 주길 바라서 너무 열심히 가르쳐도 문제고 안 가르칠 수도 없고 애매한 위치였다.

그래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요약 정리해 주고는 대학입시나 공부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곤 했다.

내 딴에는 교육적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조는 아이들은 꼭 있다.

또 그런 아이들은 대부분 습관적이다. 다른 시간에도 대부분 졸고 있다.

중학생의 경우  쉬는 시간에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니고 에너지를 다 쏟는다.

그리고 수업시간이 되면 차분히 앉아 잠을 청하는,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탄 듯한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나마 고등학생들은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에도 자고, 심지어 급식도 안 먹고 자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인디언식 이름을 만들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30여 년 전 영화 <늑대와 춤을>을 보고 나서는 ‘주먹 쥐고 일어서’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창체시간에 주로 많이 하는 활동 중에 하나는  친구의 이름을 인디언식으로 지어 발표하기이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기도 하며 장난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꽤나 진지하기도 하다.

‘움직이기 귀찮아’ ‘먹으면 돼지’, ‘갑자기 화내’등 아이들은 친구들의 성격을 풍자한 이름을 써주며 신나 하는 모습이다.


우리 집에서 남편은 강 딱딱씨 고 나는 손뚝딱이다. 딸이 둘이 사는 모습을 보고 지어준 이름이다.

남편은 뭘 해도 꼼꼼하게 각을 딱 맞추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한다.

(본인 스스로가 자폐라고 한다) 애견 배변 패드하나도 각이 딱 맞아야하며 대충 갈아주지 않는다.

물건은 반드시 있던 자리에 딱딱있어야만 한다. 위치를 바꿀 경우 바로 옆에 있어도 못찾아서 꼭 말을 해줘야 한다. 나는 수시로 자리를 바꿔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씩 소파나 식탁의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냉장고 내용물의 위치가 바뀌기도 한다. 남편은 적응할 만하면 뚝딱 순식간에 바꿔버린다며 볼멘소리를 해댄다.


나는 어떤 결정이던 빨리 내리는 편이라 실수도 잦다. 좋게 보면 실행력이 좋은 편이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골라도 남편은 내용을 자세히 읽고, 어느 나라 영화인가 정보를 꼼꼼히 살피며 이것저것 검색하는 동안 나는 이미 지쳐있다.

나는 그냥 올라온 영화 중에 대충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를 틀었다가 재미없으면 꺼버리고 재미있으면 끝까지 본다. 그게 뭐 어렵다고 대학 논문 쓰듯이 하는지.... 너무 답답하다.

나는 막 틀다가 얻어걸린 재미있는 영화도 많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그냥 제목만 보고 내용이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좀 무섭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아... 심지어 명예퇴직도 뚝딱 해버려 교장 선생님께 충격을 안겨드리기도 했다.

가끔은 그때 남편처럼 이리재고 저리 재었다면 올해 정년을 맞았을 텐데

메타에 올라오는 동료교사들의 퇴직 사진을 보면 솔직히 너무 빠른 결정을 했다는 생각에 아쉬울 때도 있다.

늘 이런 식이니 딱딱이와 뚝딱이가 된것 같다.

오늘 가족끼리 한번 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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