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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un 25. 2023

가족끼리도 거리두기가 필요해요

-애완견 엄마로 살아가기(2)-

“엄마 이쪽이 마비된 듯 입이 잘 안 벌어져”

강릉 숙소는 애완견을 위해 침대대신 좌식으로 꾸민 가족실을 택했다. 이불을 깔고 누웠더니  보미는 코를 골며 잠도 잘 자고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 안심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잠을 깨어보니 혼자 끙끙대고 있었다.


딸도 아빠랑 비슷한 성격에 예민 수치가 높아 가끔 공황이 올 때가 있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써서 예민해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품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입이 안 벌어진다며 자기 몸이 어떻게 될까 걱정하는 바람에 공황이 왔다. 나는 잠이 확 달아나 손과 다리를 중심으로 마사지를 해주었다.

간신히 진정이 되고 나서야 나에게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내가 없던 1시간 동안 숙소에 짐을 들고 들어오다 아빠와 부딪히면서 우산대로 왼쪽 얼굴을 아프게 맞는 불상사가 있었다고 했다. 하필 집에서 출발할 때 강릉 날씨를 검색해보니 오후 늦게까지 비가 온다고 했다.  우산을 세 개나 들고 애견 유모차에 방석에... 세 명이 나누어 들던 짐을, 둘이 들고 좁은 숙소 현관을 들어오다 생긴 일이다.

평소에  종이에도 손이 잘 베이고 조그만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피부 때문에

엄마아빠는 자기를 잘 만들어놓고 마무리를 대충, 포장에 너무 신경 안 썼다는 농담을 하곤 했었다.

작년에는 샴푸에 달려있는 장식품 같은 상표에 손이 베어 응급실로 달려간 일도 있었다.

 하필  오른손이었는데 결국 6 바늘을 꿰매고 한 달간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었다.

딸은 그렇게 예민하고 잘 다치는 편이라 늘 조심조심.... 나에게 너무 조심성이 없다고 잔소리를 해댄다.


아침에 일어나 강문해변에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1층 입구방이라 애견 유모차를 태우고 다니기는 편했다. 문제는 다른 손님의 편의를 위해서인지

숙소 문이 안으로 여닫게 되어 유독 출입이 힘들었다. 좁은 숙소 문 앞에서 아빠와 애견을 유모차에 태우던 딸이 다시 한번 부딪혔다.

눈물이 핑 돌정도 아파하는 딸을 보고 속상한 남편이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랑 나는 가까이 붙어있으면 안 되겠다”


그렇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어느 정도의 거리 두기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렇지 않으면 늘 부딪히고 아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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