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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May 08. 2023

언젠가 보내고 싶은 편지

-사랑하는 사이라며 두손 꼭 잡고 나타나기를-

어느새 “엄마!”라고 부르기에 어색한 나이가 되었고

언젠가는 한 여자의 사랑하는 남편이 될 아들에게


엄마는 정신적, 물질적 준비도 없이 결혼해서 후회한 적이 참 많았어.

그래서 우리 아들은 남들의 기준에 맞춰 쫓기듯 하지도 말고

외로움을 피하는 도구로 결혼하지는 말았으면 해


누군가를 위해 네가 무엇이든 해주고 싶고, 해줄 능력이 생겼을 때

그리고 네가 책임지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그땐 엄마는 무조건 우리 아들 편이 되어 응원하고 축복해 줄게


결혼식은 평생 얼굴 보며 마주쳐야 할 아주 가까운 양가친척들끼리만 모여

서로 진솔한 삶의 지혜를 전하는  소박하고 마음 편한 파티였으면 해

그동안 엄마가 수없이 뿌린 축의금을 회수하려는 욕심만 버리면

오롯이 너희 둘의 독립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평생 우리 아들이 사랑할 예쁜 그 아이를

친딸처럼 대하겠노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들이 사랑하는 소중한 여자로 대해 줄수는 있을것 같아.

남의눈을 의식한 잡다한 예식은 서로 생략

결혼을 앞두고 벌이는 더하기 빼기로 서로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양가 부모에게 주려는 생각도, 받으려는 기대도 하지 말고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한  생활인으로 마음속 깊이 엄마, 아빠에 대한 따뜻한 기억만 있었으면 해


여자가 화나서 이혼하자고 할 때는 같이 이혼을 입에 담으면 안 되는 거 알지?

그건 네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말이지 진심은 아니니까....

항상 “어떻게 할까?” 보다는 “왜 그럴까?”를 생각하면 문제해결이 쉽단다.


결혼생활은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고

어떤 일이건 “그럴 수 있어”라는 유연함이 필요한 것 같아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힘들지만 내가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는 일은 훨씬 쉽다는 것도 잊지 마렴

세상에 쉬운 일이 없듯이 사랑도 늘 다듬고 가꾸어야만 잘 자랄 수 있단다


살아가는 내내 서로 어떤 일이든 솔직하게 털어놓고 의논해야 해

아내 모르게 엄마한테 지금처럼 통 큰 선물을 하는 건 아내를 화나게 하는 일이니까

엄마는 사양할게

  아내를 귀하게 여기는 만큼 처가부모님과도 항상 가까이 지내고

사소한 약속도 잘 지켜서 신뢰를 주는 남편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내의 행복만을 위해 지쳐가는 아들이 아니라

서로서로 힘을 주고 함께 성장하며 대화가 잘 통하는 부부로

집안가득 둘의 향기로 채워갈수 있었으면 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늘 함께 하는 남편이 되어주기를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내를 곁에 둔 행복한 우리 아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갑자기 왜 눈물이 나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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