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는걸 같이 한번 찾아볼까?-
“엄마! 교수님이 자넨 책을 많이 읽었군! 그런데 몇 가지 토론거리가 있어 나중에 얘기를 나눠보지....라고 했는데 좋은 신호일까요?” 대학 입학면접 고사 후 손에 땀이 흥건히 배어 상기된 채 나온 아들이 한 말이다.
당시 면접 질문은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라는 것이었다.
폐지냐 존치냐가 관건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20여 분간 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참 좋아했다. 잠시 외식을 하러 갈 때도 왕진가방 챙기듯 꼭 책을 한두 권 들고 나왔다. 시댁인 제주도는 1년에 한 번 정도 갔는데 챙겨야 할 식구들의 선물보따리로 짐이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아들의 책보따리는 늘 골칫거리였다. 자신의 책을 꼭 가져가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가방이 하나씩 더 늘어나곤 했다.
우리 아이가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의외의 비법을 공유해보고 싶다.
방학을 맞아 나는 큰아이만 데리고 전철을 탔다. 동생한테 부모의 사랑을 나눠주고 거기에 보태 오빠니까 양보하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입에 달고 산 것이 미안했다.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통해 엄마는 너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또 평소 타보지 않은 전철도 타고 한강을 건너가 보려는 생각이었다.
아들은 너무 신나 있었다. 처음 타보는 전철에 앉아 맞은편 창을 통해 펼쳐지는 경치를 보던 아이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질문했다.
“엄마 구름은 왜 둥둥 떠가죠? ”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첫째는 답을 몰라서였고 둘째는 나는 살면서 왜 구름이 둥둥 떠가는지 궁금한 적이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당황해서 잠시 말을 잊은 상태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엄만 선생님인데 그것도 몰라요?”그러더니 다시 “ 낙엽은 왜 떨어져요?”라고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는 큰소리로 곤란한 질문만 해대는 통에 참지 못하고 아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전철에서는 떠드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조용히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찾아볼까?”
나는 집에 와서 아이와 함께 백과사전과 식물도감 등 온갖 책을 다 뒤져서
낙엽은 겨울에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는 한 줄을 함께 읽어주었고 구름은 상승기류를 타서 구름전체가 떠있고 상승기류는 지표면의 한 부분이 강한 태양광선에 노출되면 그 부분이 주위공기보다 올라가면서 가벼워진 공기가 상승한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일이 그렇게 교육적 효과가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아이는 자기가 궁금한 것은 선생님인 엄마보다 책이 더 잘 알려준다는 것을 깨달은듯하다
엄마가 없는 시간 동안 자기가 궁금했던 것들을 이 책, 저책 찾아보기 시작했고 자신이 새롭게 안 사실을 나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엄마 프랑스 땅면적이 얼마나 되는 줄 아세요?” ‘먼 나라 이웃나라’를 읽은 날에는 이렇게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시작한 책 읽기는 본인이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이라 그런지 꾸준했다. 고3이 되어서도 할 일을 계획대로 하고 잠들기 전에는 어김없이 꼭 책을 보다 잠이 들었다.
‘도쿠가와 이예야스’나 ‘리콴유’등.....
그리고 면접날 교수로부터 묘한 답을 듣고 아이는 합격의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무난하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초등학교에서 꼭 갖추어야 할 것은 책 읽는 습관인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어야 독해력이 생기고 그래야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꾸준히 시키면 잘할 거라는 생각으로 강압적으로 책 읽기 두 시간!! 이런 것은 오히려 역효과인 것 같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재미도 없어서 지속하기 힘들 뿐 아니라 강압적으로 한 것은 오히려 반항심에 더 하기 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 안에 네가 궁금해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가 부모의 할 일인 듯싶다.
우리 부부는 매주 주말에는 서점으로 나들이를 갔다.
산본에서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어보고 집에 갈 때는 꼭 한 권씩만 사도록 했다. 그리고 그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나 햄버거등으로 외식을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서점에 가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책 읽기를 좋아할 환경을 만들어 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많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책 속으로 빠져 들 수 있다.
아이의 질문에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보다는 오히려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 같이 찾아볼까? 가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아... 요즘은 궁금한 것은 유튜브로 찾아볼 수도 있는 게 함정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집에 들어와서는 온 가족이 함께 바구니에 넣어두는 방법을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