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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ul 28. 2023

딸과 함께 다닌 학교

-엄마가 선생님이라서.... 내가 참아준 거야-

“선생님! 선생님딸 복도에 무릎 꿇고 앉아 있데~요”

점심식사 후 양치질을 하고 돌아오는데 장난꾸러기 남학생 둘이서 나를 놀리듯 한마디 툭 던지고 가버렸다. 나는 우리 애가 뭘 잘못했길래 점심시간에 그러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심란했다. 그렇다고 학년부에서 오라고 하기도 전에  찾아가는 것도 이상한 모양새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공립학교 교사였던 나는 대부분 5년에 한 번 학교를 옮기게 된다.

하필 내가 옮긴 학교에 딸이 고등학교 배정을 받았다.

서로 불편한 선생님과 제자, 엄마와 딸 사이가 된 것이다.


사실 오전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

수행평가 기간이라 조리실습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체육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잠시 면담을 요청했다. 아이들 조리실습시간은 칼도 있고 불도 쓰고 있어서 몇 배로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지도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 애들 앞에서 면담이라니.... 나는 지금 꼭  들어야 할 말이냐고 재차 물었다. 선생님은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 요지는 유도부 어떤 애가 우리 딸을 때렸다는 거였다. 그래서 유도부 선생님으로서 너무 죄송하다며 찾아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자신이 단단히 지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일이기에 때리고 맞아야 했는지도  궁금했고 하필 그게 우리 딸이어서 속상했지만 일단 알았다 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맞은 것 밖에 없는 애가 왜 무릎까지 꿇고 점심시간에 앉아있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년부의 연락을 받고 1학년부 교무실로 향하는데 흥분했는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교무실에는 우리 아이를 때렸다는 아이의 엄마도 와 있었다. 나는 일단 맞은 아이를 벌을 준 것에 화가 났다. 학년부장은 둘이 싸웠다고 계속 주장했다. 나는 아까 체육선생님한테 들은말 하고 달라 아이들이 자필로 쓴 반성문 겸 경위서를 달라고 요청해서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둘 다 어디에도 싸웠다는 말은 없었다.

(그 학년부장은 이상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무조건 환경이 안좋은 아이편만 들었고 그것이 마치 정의고 선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딸과 그 유도부아이는 다른 반이었다.

그런데 딸의 같은 반 친구가

“유도부 OO 이가 자꾸 내 옷을 빌려가서 목을 다 늘려놓고 갖다 줘서 너무 속상해 심지어 내가 아끼는 나이키 티셔츠 입지도 않은 건데 자꾸 빌려달래 ”라는 말을 듣고

 “빌려주기 싫다고 해 지금 나한테 말한 것처럼.... 네가 목을 다 늘려와서 입을 수 없게 만들어서 ”

 (유도부니까 목덜미를 잡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런 말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옷을 빌리러 온 것이다.

친구가 쭈빗쭈빗 말을 잘 못하니까(유도부 아이와 초등때부터 친구인데 유도부아이에게 맞아본 경험이 있는듯했다 ) 우리 딸이 옆에서 한마디 거든 게 화근이었다.

“얘가 네가 옷을 빌려 입고 나면 못덜미가 늘어나서 빌려주기 싫다잖아”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가 왜 나서서 OO이야”라며 따귀를 때리고 머리를 때렸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는 중에 우리 아이가 쓰고 있던 안경도 깨졌다. 나는 반성문을 읽고 더 화가 났다.

“부장님 여기 어디에 싸웠다고 쓰여있나요? 일방적으로 맞은 아이를 왜 복도에 무릎까지 꿇려 앉혀놓으신 거예요?” 부장은 당황한 듯 “싸운 게 아니에요? 저는 싸운 줄 알고...”

나는 기가 막혔다. 어떤 일인지 사태파악도 안 하고 어떻게 학생지도를 한다는 건지.....

정말 같은 교사가 아니었다면 학교를 다 뒤집어 놓고 싶었다.

“맞은 것도 억울한데 선생님 때문에 더 화가 나네요” 나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 죄송합니다”

학년부장은 크게 인심을 쓰듯 안경값을 물어주고 어쩌고 하는데 더 화가 났다.

나는 안경값은 안 받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학년부장은 안경값을 안받겠다고 한걸 가지고도 나보고 그 엄마가 얼마나 미안하겠냐며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며 계속 받기를 권해서 더 화가났다.

그걸 받는 순간 그 돈으로 모든 게 용서되는 느낌이 들어서 더 싫었다. 나는 그제야 왜 그렇게 체육선생님이 안절부절못하고 수업까지 밀고 들어왔는지 알게 되었다. 학교에 유도특기로 들어온 아이인데 징계를 받으면 유도부 선수로 뛸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괘씸하고 속상했지만 다른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어서 윗분들에게 징계까지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학년부장에 대해 속상했던 마음은 확실히 전달했다.


마음이 씁쓸하고  속상해서 교무실을 나와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어느새 딸이 옆에 와 있었다.

“엄마 내가 힘이 없어서 맞은 줄 알아? 엄마가 선생님이라서... 엄마 욕먹일까 봐 내가 참아준 거야

만약 내가 같이 때렸어봐  엄마가 얼마나 난처하겠어?“ 라는 말에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 아이가 이제 다 커서 엄마를 놀리고 함께 보낸 3년의 시간들을 추억하며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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