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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un 07. 2023

목적 없는 공부의 위험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아는게 먼저-

인문계 고등학교의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내가 근무할 때는 아이들의 70% 이상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했다. 

학교에서는 야간에만 근무할 수 있는 기사님을 뽑기 위해 공지를 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 라며 교감 선생님이 우리 학년부 교무실로 들어오셨다. 

학년부장의 업무 중 하나는 매일 저녁 번갈아 방문하시는 교장 교감 선생님께 학년 돌아가는 소식도 전하고 또 그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일이다.


 “얼마 전에 숙직 기사 뽑는다고 공고 냈잖아?”

“세상에 나 깜짝 놀랐어 원서 낸 사람도 많았지만 그중에 미국 유학파가 있는 거야 글쎄....”

“그것도 좀 알려진 괜찮은 대학이더라고 아니 유학 갔다 온사람이 180만 원짜리(그 당시에) 일자리에 원서를 내나?”

나도 계속되는 교감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혼자 생각했다. 

(유학파면 오히려 학원이나 다른 일자리도 많을 텐데.... 아마 나이 때문인 듯싶다)

  채용대상자(합격자)를 공고했더니 거품 물고 교장실로 찾아왔단다.

자기를 무슨 근거로 불합격시켰냐며.... 

교감 선생님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자꾸 목소리를 높이셨다.

아니 근거는 무슨 근거야 야간 근무하는 일과 유학과는 상관이 없어서 경험자를 뽑았노라 했는데도 그럼 처음 일해 보는 사람은 계속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냐면서 소리소리 지르는 통에 교감선생님은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아니 교감선생님! 우리는 인문학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야간에 아이들이 화장실 사용하다 막히면 뚫어주고 실수로 잠긴 문을 따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하셨어야죠” 


교감선생님은 그렇게 쉽게 예를 들어주지 못했다며 웃으셨다.

“자기가 학력이 높아 당연히 합격될 줄 알았던 모양이야 오죽하면 교장실까지 쫓아왔겠어”


50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력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대체 무슨 사연으로 그렇게 사는지.... 그나마 기대를 갖고 찾아왔다가 교장실을 나서는 뒷모습이 딱해 보였다고 하셨다.


물론 이 이야기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80% 이상이 다 대학생이다.

그런데 내가 만난 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이 딱히 하고 싶은 공부도 없는데 성적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런 공부가 재미있을 리도 없고 대학 졸업 이후의 삶에도 큰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배고플 때 먹는 밥이다. 

공부도 자신의 목표가 뚜렷할 때 성적도 오르고 힘을 낼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삶은 학창 시절보다 훨씬 길다.

사회인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쓸모 있는 사람으로 계속해서 남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서 필요한 공부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나도 퇴직 후  새로운 세상에 나와 혼란스러웠고  이것저것 많이 배우려는 욕심에 쓸데없이 시간과 돈 낭비를 많이 했던 경험이 있다.

결국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잘 알아채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학을 다니다 말고 등록금이 아깝다며 자퇴를 했던 딸이 오늘 갑자기

자기에게 필요한 공부가 뭔지 알게 되었다며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남들과는 좀 다르게 가는 딸의 새로운 목표를 격하게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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