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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Aug 13. 2023

기적을 체험하다

-우연한 사고로 건강을 찾다니-

“누가 간이고 쓸개도 다 빼준다는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식구끼리 모여서 무슨 얘기를 하다 저 말에 모두들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 식구들 모두 다 간이 안 좋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도, 언니도 간암으로 먼저 저 천국으로 떠나갔다.


나는 예전에는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비워내는 사람들이 낯설게 여겨질 정도였다.

입맛도 없고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늘 머리가 아프고 속이 답답했다.

얼굴이 누렇게 떠서 이마를 짚고 있으면 친하게 지내던 체육선생님이 걱정하며  “이리 와서 누워봐”라고 자리를 펴주고 밟아서 마사지를 해줄 정도였다.

선배교사들은 170cm 키에 48kg인 나를 날씬해서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회식 때는 내 몫을 먹어내지 못하니  서로 내 옆자리에 앉겠다고도 했다. 정상적인 날씬함이 아니라 간이 안 좋아 잘 먹지를 못했다.

언니도 사망당시 30kg 정도였다.


“엄마 엄마! 여기 여기!!!” 다급하게 불러대는 아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고등학교 근무하는 내내 나는 저녁 식사시간에 잠시 집에 들러 아이들 밥을 챙겨주었다.

그리고 잠시 아이들과 그날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학교로 가서 자율학습 감독을 하곤 했다. 그날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막 튀기려고 준비하는데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아들 침대 머리맡에 놓아준 스탠드가 “파바박 스파이크를 일으키며 전선을 타고 불길이 올라가고 있었다. 순간 전기 코드를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전선줄을 잡는 순간 감전되어 정신을 잃고 침대에 쓰려졌다. (다행히 두꺼비집 차단기가자동으로 내려가서 집이 불타는 일은 없었다.)

나는 순간 ‘아... 이렇게 죽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아이들이 울고불고 어느새 남편까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남편의 일장 연설이 시작됐다. 차단기부터 내려야지 그걸 왜 손으로 잡냐며.....(다급하니 진짜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책을 좋아하는 아들은 자기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를 켜고 책 보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분위기를 아는 아이!) 그런데 대낮부터 켜두었는지 과열되었다고 한다.

전기공사 아저씨도 다녀가고 암튼 죽는 줄 알았던 나는 간신히 살았다.

그런데 그 후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밥을 먹어도 체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보다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건강해졌다.

예전에 엄마는 간에 좋다는 돌미나리 빻은 쓴즙에, 하다 하다 검증되지 않은 숯물을 억지로 먹이기까지 했다. 매일 밥을 먹으면 머리가 아파 가정의학과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들러야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증상이 다 없어졌다.

이건 뭐지? 하는 신세계를 처음으로 맛봤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고였던 그 일이 우연히 일어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던 엄마의 치료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엔 늘 살이 찌면 절대 죽지 않아 라는 강한 신념으로 살았더니 그만.....


“엄마 과체중은 수명이 길지만 비만은 안돼 큰일이야 ”라는 딸의 잔소리를  귀에 피딱지 앉게 듣고

우유빙수를 만드려던 손은 갈 곳을 잃었다.


결국 딸이 출근한 틈을 타서 행복한 콧노래를 부르며 빙수를 만든다.




* 참고: 빙수기 없이 우유빙수 만드는법

학교에서 3월에 우유급식신청을 받아 한 학기 동안 우유를 먹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3~4월까지는 잘 먹다가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우유를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안 먹더라고요. 그래서 교실에서 우유가 썩어 돌아다니기도 해요.

종례후 우유당번 아이들이 급식소로 가져가는 우유박스 속에는 안 먹은 우유가 가득입니다.

대부분 급식소 이모님들이 많이 가져가시기도 해요.

저는 아이들이 버린 우유를 다 주워 교무실 냉동실에 모아두기 시작했어요.

우리 반 인원수인 38개가 되면  우유빙수를 만들어 먹였죠.

빙수기 없이 우유빙수 만드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1. 빙수 먹기 약 10분 전쯤 상온에 내려둡니다 -약간 녹아야 부드럽게 갈리거든요

2. 평소 힘쓰기를 좋아하는 남자 친구 두 명을 불러 지시봉으로 우유갑을 패라고 해요-애들 스트레스해소 (약간 녹은 우유가 물리적 힘에 의해 빙수기에 갈리듯 고와집니다)

3. 조별로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제가 토핑 재료를 준비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리얼 한 줌, 연유, 등 토핑은 각자 가져올 때도 있었고 조별로 준비시켜도 되고 제가 팥빙수재료를 준비하기도 해요)

4. 마지막으로 연유를 뿌려줍니다 (200ml 우유통에 그대로 토핑 얹어주고 연유 뿌려주니까 따로 용기는 필요 없어요 그리고 숟갈은 각자 개인숟갈)

아이들의 탄성과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아요. 저도 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전교에 버려지는 우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급식소 이모님들 서운)

그런데 문제는 교무실 냉장고마다 냉동실에 우유 넣을 곳이 없어서 서로 자리싸움을 ㅠㅠ

여러분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해보세요 저는 요즘 냉동 블루베리 얹어서 먹으니까 팥빙수 먹을 때보다는 죄책감이 덜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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