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꼭 좋은 소식이 있을 때만 연락을 한다.
예전에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아무 말도 안 해서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엄빠가 걱정할까 봐 그런지 절대 안 좋은 소식은 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 카톡방에 아들이 뭔가를 올리는 것은 항상 좋은 소식뿐이다.
엊그제 가족 카톡방이 아침부터 시끄럽다.
셋은 같이 사니까 혼자 떨어져 사는 아들의 연락이 온 것이다.
아들은 팀쿡의 편지를 카톡방에 올렸다.
의례적으로 아들의 7년 근속을 축하하고 좋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긍지를 갖게 하는 격려의 메일이다.
물론 이름만 바꾸고 연수만 바꾸고 해서 해마다 일괄메일을 보내는 건 줄 뻔히 알지만 그래도
팀쿡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남다르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이 자신의 일을 즐기며 하고 있어서 더욱 감사하다.
거기에 더해지는 주식은 덤이다.
아들이 처음 입사하여 첫 월급날 집으로 엄마표 집밥을 먹으러 왔다.
나는 순간 빨간 내복에 빳빳한 현금을 들고 나타날 아들 생각에 설렜던 기억이 있다.
(나는 첫 월급 때 그렇게 엄마에게 월급의 전액을 드렸다.)
아들은 빈손으로 덜렁덜렁 나타나 밥을 맛있게 먹어줬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우리에게 감사하다는 말로만의 인사를 나누고 끝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나?
나는 하다못해 빵 한 조각이라도 들고 올 줄 기대해서인지 살짝 서운했다. 그래도 엄마 제가 첫 월급으로 이 정도를 받고 있으니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라도 듣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아들은 회사에서 새 컴퓨터를 받았다며 자신이 산 지 얼마 안 된 애플 컴퓨터를 주고 갔다.
(아직도 나는 그 노트북을 잘 쓰고 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엄마! 나는 적금 같은 거 하나도 안 들 거예요 선배들이 그러는데 주식만 부지런히 사 모으면 걱정할 필요 없데요”
요즘 아들은 우리 사주로 싸게 사모은 주식도 꽤 있고 작년에 성과급으로 000주 받은 것 때문인지 여유가 많이 생긴 듯하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무조건 “엄마 내가 다 해줄게”라고 해준다.
수시로 용돈도 보내주지만 아빠차도, 거제도 집도 해주겠다는 아들!
잔재미는 없어도 늘 가구같이 든든하다.
어릴 적 딸은 엄마아빠에게 500억을 주겠다고 종이에 써서 주었다.
하지만 너무 터무니가 없으니 오히려 장난에 가깝게 여겨졌다.
그때도 아들은 진지하게 “제가 얼마를 벌지 어떻게 알아요 저는 제 수입의 반을 드릴게요”라며 빈말은 하지 않던 아이였다.
나는 “아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 그러다 너 장가도 못 가 큰일 나”
에구구 수입의 반을 떼어주지는 않는데도 아들은 아직 미혼이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맹세한다.
결혼하면 절대 아들집이라고 불쑥 찾아가지 않을것이며, 허락된 날에 가더라도 거실에만 앉아 냉장고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며 며느리 입에 맞지도 않는 김치며 반찬을 해 나르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또 아들이 선물을 줄 때는 꼭 며느리와 함께 의논하여 주는 것만 받기로 맹세한다.
이런 남자 찾는 사람 누구 없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