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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May 09. 2022

꽃이 져도 꽃나무인거죠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 엄마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봄꽃 같은 때는 언제였어?”

화려하게 피어난 예쁜 꽃길을 함께 걸으며 불쑥 내뱉은 말이다.

“글쎄..... 갑자기 그렇게 물으니... 살면서 굳이 어떤 날이 좋고 나쁘다기보다 그냥 엄마의 인생을 이어준 선이니까.... 다 봄날이라고 할까?”


나는 시간 관리를 잘해보고 싶어 3p바인더 연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의 인생을 그래프로 그려보라는 질문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정점은 언제이고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지 곰곰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꿈 많던 여고시절! 방송반을 맡고 있던 담임선생님 추천으로 ‘우리는 고교생’이라는 이계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김동건 아나운서의 KBS ‘우리들 세계’, MBC ‘우리는 여고생’이라는 생방송 프로의 고정 게스트로 3개월간 출연했었다. 당시로서 거금의 출연료를 받아 엄마를 드렸을 때 너무 행복해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냥 아무 노력 없이 나에게 기회가 왔고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다른 방송까지 쭉 이어지며 고등학교 내내 본의 아니게 타인의 관심을 많이 받게 되었다. 유명 학원 강사들이 나를 데리고 오면 수강료를 면제해주겠다고 했다며 같이 학원을 다니자는 친구들도 생길 정도였다. KBS PD로부터 대학에 입학하면 바로 리포터를 해 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나의 화려한 봄날인 줄 생각하지 못했었다.


대학에서 만난 한 남자와 7년간 열애 끝에 결혼을 할 때도, 잘생기고 예쁜 아들딸과 거리를 나서면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든든한 가정을 이루었을 때도, 해가 갈수록 성숙한 한 어른으로 잘 성장해 준 아이들 덕분에 불량엄마 딱지를 뗄 수 있었을 때도 나는  나의 봄날인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간간히 이어가고 있는 요즈음... 활동량은 확연히 줄었지만 면역을 위해 잘 먹어야 한다며 예전의 몇 배는 먹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며칠 전 계절이 바뀌어 옷 정리를 하며 오랜만에 외출복을 입어보니 대부분의 옷이 내 몸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

얼마 전만 해도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싫다고 사진 찍기도 거부했는데 지금 그때 사진을 보니 그때가 봄날인 듯싶기도 하다.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게 되는 우리들의 인생!

꽃이 졌다고 꽃나무가 아닌 건 아니라는 생각에

오늘도 새로운 5월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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