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는 돈은 많은데 나가는 돈이 더 많다고?-
“너는 들어오는 돈은 참 많은데 나가는 돈이 더 많아”
여고시절 남자 같은 외모와 성격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편하게 대하는 친구가 있었다.
특이한 외모만큼 성격도, 관심분야도 남달라서 철학책을 보고, 손금을 연구하던 친구였다.
하루는 갑자기 내 손금을 보여 달라며 내뱉은 말이었다.
나는 그냥 웃어넘기며 들어오는 돈이 많다는 말에만 의미를 부여하려 애썼다.
나는 국립 사범대학을 졸업했기에 졸업 후 바로 교직에 나가게 되었다.
특별히 취업 걱정 없이 바로 월급을 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수학 교사로 재직하였다가 주변의 과외 요청이 많아졌다.
짧은 교직생활을 마치고 학원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교사로는 만지기 어려운 엄청나게 큰돈을 벌어왔다.
“ 네? 음..... 알겠어요....”
방학 중 은행으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 나는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건설업을 하는 형부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보증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길게 늘어놓았다.
평생 학교만 다녀 세상 물정은 고등학생 정도의 수준인 나는
형부가 하는 말의 의미를 도통 알 수가 없었고 사실 썩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언니가 그냥 사인만 해주면 형부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해나겠냐며
너에게 피해 갈 일은 없다고 큰소리를 쳤다.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제1담보는 언니네 집이고 두 번째는 상가도 있고
내가 제3보증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 당시 상가와 언니네 집을 팔면 충분할 정도의 일이어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언니의 간곡한 부탁에 사인을 해준 것이 화근이었다.
그제야 처음으로 알았다.
내가 3 보증이라고 해도 책임은 같다는 것을...
심지어 그 순서는 은행 마음대로지 1,2,3 순서대로 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상가나 집은 파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내 월급을 압류하는 것이 훨씬 은행 입장에서
쉬운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졸업 후 그 친구의 소식을 전해 들은 적은 없지만
친구가 해준 ‘들어오는 돈은 많은데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사람은 하루에 손으로 가장 많은 일을 해낸다.
그래서 그 손안에 그 사람의 인생의 그래프가 그려지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손금을 만들기 위해 손금 성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는 오늘 이 두 손이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