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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Sep 18. 2021

차례상 없는 추석

-마음으로 전하는 부모님 사랑-

이번 추석은 아직 한낮에는 덥다고 느낄 정도이다.

 여름과 멀리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특히 내 머릿속 추석은 항상 추웠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어릴 적 일상은 늘 새벽 공기를 마시며 산을 오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잠으로 생애 1/3이나 써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냐며 늘 시간을 쪼개고

 부지런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주신 아빠 때문이다.


새벽 4시는 우리의 기상시간!

6살 어린 나이에 안 떠지는 눈을 비비며

아빠의 다정한 손에 이끌려 새벽에 뒷산에 오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출발할 때는 항상 잠에서 덜 깨어서 비몽사몽 억지로 끌려가다시피 했지만

내려올 때는 새벽 산행의 기쁨을 조금씩 알아갔고

올라갈 때가 힘든 것 같지만

내려올 때가 오히려  더 다칠 위험이 크다는 것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세상에서 할 일을 다 하면 하나님이 불러 가신다더니

그렇게 빨리 가려고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사셨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37살 젊은 나이에 이 세상에 많은 업적을 남기고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엄마는 항상 분주하셨다.

 언니와 나도 한몫 거들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  얼른 사람들 줄 서기 전에 빨리 방앗간부터 다녀와 알았지?”

 작은 소리로 귀에 속삭이셨지만

 우리는 오래 못 버티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엄마가 들려준 큰 소쿠리와 함께 새벽어둠 속에 길을 나선다.

깜깜해서 한 치 앞도 잘 안 보이는데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


헛소리를 들었나 하고 무서움을 이기려

언니와 나는 수다를 떨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에는 무서운 그림자가 우리를 덮치듯 다가오더니

호루라기 소리가 크게 들렸다.

“거기 서! 거기 서!!”

너무 무서워 서지 말라고 해도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무서운 그림자는 갑자기 힘을 모아 두 개의 그림자가 되어 우리를 덮치듯 나타났다.

두 명의  아저씨들이 방망이 같은 걸 들고 우리를 따라오며 소리를 질렀던 것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소쿠리를 든 손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고 있었다,


우리 앞에 나타난 아저씨들은 어린 우리를 확인하자 어이 없다는 듯이

“야 지금 몇 신데 꼬맹이들이 어딜 가는 거야?

(그 당시만 해도 12~04시까지는 통행금지 시간이 있었던 때였다)”

엄마가 송편 만들게... 빻아 오라 해서 방앗간 가는 거예요

어이없다는 듯

“ 지금 시간이 몇 시야?”

“몰라요”

“3시 25분이잖아 빨리 집으로 돌아가”

빨리 쌀부터 빻아 송편을 만들겠다는 엄마의 일념으로  

시간도 보지 않고 깨워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우린 엄마를 원망하며 무서운 새벽길을 되돌아가야만 했다.


"엄마!  요즘 날씨 너무 좋지 않아?

추석 연휴에  아빠랑  여행이나  다녀오세요 좋은데 예약해드릴게요"

명절을 맞아 특별히 차례상을 차리지도 않고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나에게 딸아이가 엄마를 위해 꺼낸 말이다


내가 결혼하기 전 엄마는 갑자기 기독교로의 개종을 선언하셨다.

그 후로 차례상 대신 '추도 예배'라는 문화를 들이면서

음식 만드는 일보다는 성경 구절을 찾고 우리가 신앙을 갖고 살기를 소망하셨다.


나는 이따금 ‘의식은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전처럼 힘들게 차례상을 준비하지 않다 보니

너무 마음이 가벼워져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새털처럼 가벼워질까 봐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차례를 지내기 위한 음식을 장만하지는 않지만

늘 나를 사랑으로 잘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만은 풍성하게 장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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