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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Aug 17. 2023

무자식이 상팔자라고요?

-싸우면서 소통을 배운다-

“엄마! 오빠가... 오빠가 나 때리려고 해”

“짜증 나! 엄만 왜 저딴 동생을 낳았어요?”


방학을 맞아 우아한 휴식을 취하려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두 아이들의 티격태격 다투는 소리에 울컥했다.

“야~~~!! 조용히 안 해?”라고 소리 한번 지르면 모든 게 정리될수 있다는건 다 안다.

하지만 난 아이들의 싸움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싸움이 길어질 때도 있었다.

일단 둘 사이의 갈등은 둘이 해결해야만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나 엄마가 없는 시간이 대부분인데.... 그때마다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스스로 배워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내가  말을 어떻게 하고 듣느냐에 따라 섭섭한 사람이 꼭 있다.

(어려서 나는 늘 언니랑 싸우면 동생이 언니한테 대든다고 혼났고 남동생과 싸우면 누나가 되서 그거 하나 양보 못하냐고 야단맞은 게 두고두고 억울했다)


투명인간이 되어 못 들은 척하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한참을 들여다보다 일부러 아이들 들으라고  같은 학교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뭐 해? 나는 우리 애들 둘이 하두 서로 뜯어먹을 듯이 싸워서 이 더위에 힘들어

자기네는 예쁜 딸 둘이라 그렇게 안 싸우지?”

“무슨 소리야 말도 마 우린 서로 싸우면 각자 방문을 탁탁 닫고 들어가서 한더위에 바람이 안 통해서 더워 죽겠어”

나는 의외의 답변에 웃음이 나왔다.

그 선생님하고 수다를 떨다 보니 조금 마음이 풀렸다. 그리고 아들만 둘 키우는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 아들들이라 밖에서 신나게 놀고 말싸움은 잘 안 하지?

우린 딸이 워낙 말을 잘하니까 자꾸 오빠가 말을 늦게 하니까(화나면 더 더듬음) 자꾸 놀려서 매일 싸워서 죽겠어”

“말도 마 말로 싸우면 어디 다치진 않지.... 우린 큰 놈이 이 층침대에서 점프하면서 팔꿈치로 동생 배를 가격해서 병원에 실려갔다 왔어 우린 싸우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니까...”

우린 서로 웃으며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물론 어려서부터 서로 양보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한편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안 싸울 수 있겠지만 그런 아이가 세상에 있을까?


피아노도 조율할 때가 가장 시끄럽다. 그렇게 시끄럽게 뚱땅거리며 조율을 마치고 나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선율이 나온다.

부부싸움도, 형제간의 싸움도 시끄럽지만 잘 싸우기만 하면 오히려 싸운 후에 더 정이 들수도 있다.

과거의 일말고 지금 현재 자신의 입장과 자신이 바라는 것만 말하면 된다.

비록 화해가 금방 안되더라도 상대를 비난하는말이 아니라 자신이 속상하고 힘들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기만 하면 감정이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풀릴수 있다.


그렇게 매일 싸우고 서로 오빠 말고 언니나 낳아주지 라던 딸은

며칠 전 “오라버니 몸 생각해서 내가 클린주스 한 달분 보냈슈 아침마다 꼭 챙겨 먹어”

라는 문자를 보냈다. 나보다 더 세심하게 오빠를 잘 챙기고 자기가 써보고 좋은 상품은 꼭 오빠한테 보내준다.

저딴 동생 말고 축구 같이하는 남동생이나 낳아주지 라는 푸념을 늘어놓던 아들도

동생생일은 물론이고 외국 출장 때마다 동생에게 선물도 잘 사다 주고 둘이 밖에서도 잘 만난다.

이제 서로 돕고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을 보니 싸우면서 정이 들고 둘이 서로 갈등을 해결해 본 경험 때문에 서로의 성격이나 성향을 잘 알게 된듯하다.

이제 둘 다 좋은 반쪽을 잘 만나서 지금의 좋은 관계가 계속 잘 유지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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