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수명을 돈으로 살수있는가?-
태풍으로 스케줄을 없앤 딸과 집에서 같이 놀려고 하니 결국 영화를 두 편이나 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패러다이스이다. 자주 보지는 못한 독일영화는 스케일이 큰 미국영화와는 색다른 느낌이었지만나름 재미있었다.
주제는 사람의 수명을 돈으로 살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인것 같다. 사람의 수명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생명공학 회사에 다니는 남성이 아내의 빼앗긴 수명 40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나이를 돈으로 바꿔주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긴 한데 나름 생각해 볼거리가 많았다.
물론 나이를 바꿔주는 방법은 아무나 다 되는건 아니다. DNA검사 후 둘이 같이 수술을 받는 방식이다.
15년이면 70만 달러, 40년이면 230만 달러 이런 식으로 나이에 비례해 돈을 훨씬 많이 준다.
그러다보니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가정의 행복을 위해 수명을 팔게 된다.
주인공은 기증 매니저로 (막스 토마) 주로 빈민가를 돌며 수술대에 앉힐 사람을 구한다. 최우수 사원상을 받을 정도로 상대를 잘 설득한다.
사실은 아내(엘레나)도 그런 목적으로 만났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수명 이식 기술을 보유한 '에온'이라는 회사의 대표인 조피 타이센은 엘레나와 자신의 DNA가 맞아 이식을 받으려 했으나 막스가 사랑에 빠져 엘레나와 결혼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막스와 엘레나가 무리해서 산 아파트에 일부러 화재를 내고 이를 구입할 때 대출금 대신 담보로 설정했던 엘레나의 수명 38년을 강제집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대표인 조피 타이센에게 간절히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어느 날 조피가 자기 아내의 나이대로 젊어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조피 타이센을 납치해서 다시 아내의 젊음을 찾아주려한다.
그런데 결국 납치한 것은 조피 타이센이 아니라 그의 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부모자식 간에 DNA가 일치할 것으로 믿고 모험을 한다.
엘레나가 수명을 빼앗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수명이식에 찬성했던 막스는 막상 자신의 일이 되자 에온을 적대시하게 된다. 결국 엘레나는 젊음을 찾았지만 그 과정에서 남의 젊음을 빼앗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막스가 주저하자 엘레나와 갈등이 생겨 결국 둘은 헤어진다.
조피타이센이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수명을 이식받아 오래 살게 되었으면 어땠을까요?”라며 자신의 회사 에온의 수명이식 기술을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수명이식을 하겠다고 발표하는 장면에서 천재의 목숨은 귀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천재들에게 수명을 제공하는 게 당연하고 비로소 가치 있다는 뜻으로 들려 소름 끼쳤다.
이 영화는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미래를 직관적으로 묘사하는 듯하다. 조피타이센의 최측근 경호원은 (본인도 수명이식을 받은 수혜자) “인생은 젊음만으로 더 나아지지도 행복해지지도 않아. 더 길어질 뿐이죠”라며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당위성을 갖고 일한다.
패러다이스는 에온이 만든 기술이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당신은 타인의 수명을 돈으로 뺏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어쩐지 실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