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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Sep 01. 2023

  공황 극복을 위한 노력

-장거리 운전 가능할까?-

매일 “어디 가서 낚시나 할 수 있는 조용한 바닷가에 가서 살고 싶어“

남편은 주술처럼 아침마다 낚시타령을 했다.

사실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거나 소음이 큰곳을 질색하는 남편의 입장에선 도시의 생활이 답답하고 숨 막히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진지하게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말 더 늦기 전에 소원대로 해주고 싶었다.

늘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긴 했지만 딸도 공황증세가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선뜻 혼자 독립을 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남편이 혼자 극복해 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거제 한 달 살기의 결심을 하고 일단 함께 떠났다.


시골일수록 차 없이 다니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남편에게 설득시켰다.

하기 싫어하는 운전을 하고 거제까지 가보기로 한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다.

물론 딸의 반대가 컸고 또 콜밴으로 이동하라고 했지만 목표는 자신이 원할 때 훌쩍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용기를 내도록 부추겼다.

 나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얻어 거제도  관광을 하고 올 요량이었고 남편은 한 달 살기 숙소를 정해 그곳에 남기로 했다.


월요일 아침이라 일찍 출발하기로 했지만 남겨진 두 딸 (애견보미포함) 걱정에 이것저것 잔소리와 냉장고 속 내용물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해주고 빨래하나라도 더 정리하느라 8시가 훌쩍 넘어서야  출발을 할수있었다.

간밤에 거제도 맛집과 관광코스를 밤늦게까지 찾아보고 머릿속에 매일 삼시 세 끼를 무엇으로 채울까도 나름 계획을  세우고 나니 기대감으로 행복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먼 길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남편이 마음 편히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역할도 나의 몫이다.

(나는 가끔 남편이 운전하는데 조수석에서 발을 올려놓고 쿨쿨 자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곤 한다)

거제도는 생각보다 길이 너무 단순해서 초보도 쉽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에서 그냥 대전. 통영 고속도로로 쭉 이어지니까 말 그대로 쭉 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출구바닥에 칠해진 분홍선, 쉼터 안내하는 초록색등으로 네비의 안내가 헷갈리지 않도록 한 것은 정말 신의 한수이다.

“우리 앞으로 우리나라 한도시씩 살아보는 건 어때? 당신은 아직 장거리 비행기는 힘드니까 죽기전에 우리가 태어난 나라만이라도 다 다녀보자”

“좋지 오랜만에 나오니까 좋다” 남편은 걱정과(물론 속으로 엄청 긴장한 것이 분명하지만) 달리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휴게소마다 들르게 될까 걱정했지만 두 군데에서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예정 시간에 맞춰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딸이 잡아준 숙소는 아빠 맞춤형이었다. 바닷가라 수영도 가능하고 차를 몰고 낚시하러 사람들이 오기도 했다. 심지어 정동향이라 아침 일출도 방에 누워서 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다만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지 않는 남편은 주변에 맛집이 없어 때마다 나가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에구구... 내가 변수에 넣지 못한 남편의 귀차니즘 .....

난 오래 공들여 검색해온 정보들이 무용지물이 될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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