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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Sep 03. 2023

한 달 살기를 포기하면서...

-불안해서 혼자 못 살 것 같아-

유명 여행지나 카페탐방은 못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남편으로선 최선인 맛집 투어를 했다.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며 함께 기뻐해주었다.

그동안 남편은 푸념처럼 어디 가서 혼자 조용히 살고 싶다고 했었다.

남편이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해서 나는 바로 한 달 살기를 검색하고 빠르게 결정해 주었다.

(원래 모든 결정을 빨리 내리는 편이라 실수도 잦지만 실행력은 갑이다)

“엄마! 아빠는 그냥 한말 같은데  엄마가 너무 적극적으로 보낼라고 해서 아빠 충격받은 것 같은데”

“아니야 아빠가 매일 바다가 보이는데 가서 살고 싶다고 했어”

“소원이라는데 하게 해 줘야지”

나는 차로 여기저기 다닐 수 있도록 거제시청 부근의 오피스텔을 숙소로 정했다.

무엇보다 내가 방문했을 때 마중 나오기도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끼를 사 먹어야 하는 처지라 근처에 슬리퍼 신고 걸어 나가 먹을거리가 많은 고현시장이 가까워서 우선 좋았다.

나와의 여행을 끝내고 방문해서 계약하기로 약속을 잡아둔 상태였다.

그리고 잘 적응하고 본인이 좋다면 아파트를 계약하려고 부동산도 대충 봐 두었다.


“나 그냥 당신이랑 같이 올라갈게 여기서 혼자 있어봐야 매일 누워만 있을 것 같고

낚시도 당신이 곁에 있으니까 잡아서 매운탕이라도 끓여주려고 하는 거지.... 나 혼자 무슨 재미야 "

남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럼 한 달 살기 안 할 거야?”

“그냥 자주 같이 여행 다니자 이제 어디 가서 혼자 조용히 산다는 말은 안 할게”라며 백기를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서는 뭘 해도 즐겁지 않을 것 같아 당신 혼자 집에 올라가는 것도 걱정되고”

“사실 요 며칠.... 혼자 살 생각을 해보니 아무리 해도 자신이 없고 왠지 불안해서 잠이 잘 안 오더라고”

한 달 살기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 짐을 잔뜩 싣고 온 것이 머쓱했을 남편을 위해 나는 정말 잘 생각했다며

활짝 웃어 주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남편이 없는 동안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쓰며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수다 떨 생각에 들떴던 며칠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내가 혼자 있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앞으로 다시는 ‘자연인’ 보면서 부럽다고 하기 없기다”

“당연하지 그게 무슨 청승이야”


성격이 급한 나는 사진만 보고 한 달 살기 비용을 다 지불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일주일간 거제도에 지내면서 현지인에게 물어도 보고 더 좋은 곳으로 알아보라고 만류하는 바람에  계좌이체를 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맘에 들면 비용 걱정 말고 엄마도 더 좋은 곳을 알아보고 아빠와 함께 한 달 살기를 해보라는 아들의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딸도 공황증상이 있어서 불안한 마음이 있는 상태인 것 같아 나는 남기로 마음먹었는데 결국 우리는 잘 먹고 잘 쉬는 편안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함께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부동산과 통화도 하고 며칠 동안 눈 빠지게 검색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동 이름도 낯설지 않고 아파트를 꿰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이 놀라는 눈치였다.

 계약하기로 한 곳에는 실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불안은 대상이 없어서 더 힘들다. 공황장애라는 것이 결국은 불안증상이라고 한다.

혼자 덩그마니 남겨져 있을 모습을 여러 번 상상해 보며 심란했을 남편의 속마음을 잘 헤아려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혼자 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 잘 깨닫기를 바라는 나의 욕심이었던 것 같았다.)


남편은 그래도  거제도가 맘에 든다고 했다. 복잡하지 않고  우리가 좋아하는 요건은 다 갖추고 있어서…

혼자는 싫지만 함께 오고 싶다는 남편의 바람대로  딸에게 우리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빨리 나타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남편은  적어도 2025년까지는 그런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야 딸 걱정 안 하고 둘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 테니까 )


나와 함께 집으로 가기로 하고  남편은 한결 마음이 놓였나 보다. 숙소에서 편히 쉬라며 혼자 나가서  고기를  네 마리 잡아왔다. 주변 사람들이 자기만 계속 잡아서 부러워했다며 어린애 같이 좋아하는 남편을 보니 거제도로 오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 자리는 애완노견 보미와 손이 많이 가는 남편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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