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못찍어도 마음속 저장은 확실하게-
“엄마! 온통 아빠 엽사만 잔뜩 찍었네 ㅎㅎㅎ 이게 뭐야?
그리고 음식 사진도 실물보다 더 못 찍어서 이상하잖아”
아이들이 궁금해 갈 것 같아 이동하면서 이렇게 맛있는 거 먹고 잘 논다며 가족방에 사진을 올렸다.
딸은 즉각 반응하며 인스타에 올리기는 어려운 사진들만 가득하다는 평이다.
아들은 엄마 아빠가 활짝 웃으며 다니는 모습이 좋다고 그래도 칭찬을 해준다.
매일 시원한 곳에서 잘 쉬고 때 맞춰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면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평소 잘 놀아보지 못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4일이 지나니 평생 이렇게 살면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때마다 뭘 먹지?라는 고민은 오히려 더 커졌다.
과연 맛있어서 먹고 기분이 좋을지 아니면 돈이 아까워 짜증이 나지는 않을지.....
또 우리 보미가 (애완견) 밥도 안 먹고 울면서 집안을 뺑뺑이를 계속 도는 통에 딸은 일도 못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더 마음이 쓰였다.
엄마 얼굴 보고 진정하라고 보여준 영상통화에서 아기가 곧 죽을 것 같이 힘이 없고 눈물이 그렁그렁 한걸 보니 더 안타까웠다.
밥은 물론이고 그렇게 좋아해서 자다가도 일어나서 달라던 스콘조차 안 먹는다니 너무 걱정스러웠다.
요즘들어 잠시 경락마사지를 받으러 혼자 나가는 한시간도 매일
"엄마 보미 울려고 기모으고 있어" 이런 문자를 받고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잠시 엄마 찾다가 없으면 언니와 잘 있으려니 생각한게 큰 오해였다.
너무 울어서 목도 다쉬고 매일 현관문만 바라보고 밤에 졸면서도 잠을 안자려고 눈을 뜨고 누웠있단다.
남편도 걱정이 되는지 내 눈치를 살피며 그냥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어온다.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산다는 게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낚시도 많이 해보고 내 주위에서 나만 고기도 잡아봐서 ....나는 만족하는데 당신 카페나 팥빙수는 집에 가면 더 좋은데 많지 않아?”
딸은 이번주는 다 비었으니 괜찮다고 여태 버틴 거 좀만 더 버티면 된다고 더 놀다 오라고는 했다.
엄마 사고 싶은 것도 다 사고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빙수도 먹고 오라 했지만 우리는 결국 그냥 하루 전에 짐을 쌌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 여행도 아니고.... 애가 죽게 생겼는데 그냥 갑시다”
딸을 놀라게 해 주려고 우린 거제도에서 잘 노는 것처럼 문자를 보내고 금요일에 서울 가는 차가 무지 막힌다며 새벽에 출발했다.
공황을 극복하고 왕복 800Km를 잘 달려준 남편도 대견하고 20년 넘는 애마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남편이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숙제는 있다. 과민성 대장 증상으로 화장실과 붙어있어야 안심이 되는 탓에 숙소에서 멀리 벗어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점은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먹는 즐거움보다 배 아픈 고통이 훨씬 커서 맛집을 다 찾아다니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했다.
남편은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해심 많은 좋은 아내를 잘 만난것 같다는 뜬금없는 고백을 해왔다.
건어물만 조금 사들고 아침 일찍 들어선 우리를 보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두 딸들을 보니
하룻밤 숙소비를 버렸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조막손이유? 카드에 현금 빵빵하게 넣었는데 겨우 이거밖에 안 쓰고
건어물도 좀 사 올 거면 많이 사 오지 저게 뭐야? “라고 구박을 하면서도 반가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너도 우리 없으니까 힘들다는 거 알았지? 보미 그냥 크는 줄 아니? 엄마아빠가 잘 돌보니까 네가 마음 편하게 일하는 거지”
나는 갑자기 딸과 남편한테 더 당당해졌고 목청이 커졌다.
(사진과 동영상은 보면 엄빠 걱정할까봐 안보여줬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4박5일간의 고통이 전해져서 다시는 애완견두고 어디 못갈것 같아요 ㅠㅠ)
새벽 6시까지 현관문 바라보며 울어서 목이 쉬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