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 감사합니다-
“사람도 속상하면 밥도 잘 안 먹히잖아요 그리고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요”
우리 보미의 상태가 그렇단다.
의사 선생님은 언니 지갑으로 크는데 너무 엄마만 좋아한다고 이상하다고 했다.
그간의 일상을 쉬지 않고 쏟아내는 딸의 보고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 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우리 보미는 자기를 버리고 간 줄 알고 얼마나 속상했을까?
우리 보미가 이렇게 충성심이 강하고 엄빠만 바라보는 반려견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젠 여행을 가더라도 너를 꼭 데리고 갈게 라며 꼭 안고 귀에 속삭여주었다.
우리를 보고는 안심이 되었는지 반나절도 안되어 삶아준 닭죽도, 미역에 소고기 넣고 끓인 것도 조금씩 먹었다.
그동안 마음 고생하고 잠도 못 잔 딸도 오랜만에 잠도 푹 잤다며 환하게 웃는다.
거제도에서 사 온 멸치를 남편 볶듯 달달 볶아 애교가 많지만 가끔 매운맛을 내는 딸 같은 청양고추를 듬뿍 넣고 듬직하고 생각이 깊은 아들 같은 마늘을 많이 넣어 멸치볶음을 했다.
거기에 더해 진미채, 그리고 아빠표 계란말이에 날김을 살살 달래가며 프라이팬에 바싹하게 구워낸다.
호박과 감자를 숭덩숭덩, 영양을 생각하여 쇠고기와 두부를 듬뿍넣은 된장찌개를 더하니 엄마표 집밥이 최고라며 너무 맛있게 먹는다.
우리도 오랜만에 집밥을 먹으니 특별한게 없는데 맛있었다.
이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보니 참 감사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일상은 모두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 일을 잘 감당해 낼 때 가능했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친구도 잘 안 만나고 하루종일 보미만 들여다보며 “너무 예뻐 어쩜 이렇게 천사 같니?”
라고 연신 감탄을 하는 딸에게 한마디 한다.
“보미가 너는 있어봤자 소용없다잖아. 그러니까 너도 이제 보미는 엄빠에게 맡기고 네 친구나 만나고 빨리 좋은 사람을 찾아봐 제발 ”
“이번 추석연휴나 10월 초에는 친구들과 여행도 다녀오고 ”
“에이 엄마랑 가야지... 우리 10월 9일 3박 4일 가까운 태안으로 어때요?”
남편은 벌써 태안 낚시를 유튜브로 검색을 해보며 고기 네 마리 잡은 추억에 빠져있다.
살아있는 지렁이도 징그럽다며 이젠 면장갑 위에 낚시용 장갑을 끼려고 면장갑을 사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왜 낚시를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남자 정말 손이 많이 가서....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