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배워야만 살수있는데…-
“여보 나 카카오인증서 비번이 뭐야?”
“전자문서 온 걸 확인해야 하는데 카카오인증서비번을 누르라는데?”
나는 갑자기 훅 들어온 남편의 한마디에 물음표밖에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스몰 a형이다. A형중에서도 더 소심하고 세심한편이다. 뭐든지 혹시나 해서 적어둔다.
어느 날 딸이 내 컴퓨터에 있는 각종 사이트 비번을 보고 웃어댔다.
“엄마 왜 그렇게 비번이 다양해? 그리고 저렇게 파일로 정리해서 갖고 있는 사람도 처음 봐”
“사이트마다 요구하는 비번 자릿수가 다르고 하니까 엄마도 헷갈려서 그러지”
나는 가끔씩 남편이 오늘처럼 훅하고 자신의 비번을 물을 때가 있어 남편의 주식계좌 비번등도 함께 적어두었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컴퓨터에 카카오인증서 비번은 적혀있지 않았다.
그러는 과정에서 남편의 어이없는 행동에 한바탕 아침부터 소란이 일었다.
남편은 카카오 인증서, 카카오페이등을 구분하지 못하고 카카오만 뜨면 무조건 아는 비번을 친다. 나 같으면 한두 번 틀리면 그만두고 다시 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텐데 남편은 다섯 번의 오류로 어차피 다시 만들어야만 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해가는 세상에 남편은 잘 적응을 못한다. 그리고 자기 맘대로 잘 안되니 짜증을 내곤 한다.
지난번 핸드폰을 바꾸고는 정말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다.
누구와 통화를 하는데 내가 그 전화를 받았다면 악성 민원인으로 남았을 것 같다.
“아니 그러니까 왜 이걸 다시 치라고 하냐고요”
남편은 의례 새 핸드폰으로 기기가 변경되면 각종 사이트에서 로그아웃이 되니까 다시 로그인을 해야만 한다는 간단한 사실도 잘 받아들이질 못한 것 같다.
문제는 주식을 해야 하는데 바뀐 핸드폰에서 본인임을 인증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K뱅크에서 보내주는 번호를 입력해야 되는데 그 번호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문자를 찾느라 나가고 문자를 외워서 다시 K뱅크사이트에 들어가서 치려다 보면 시간이 초과되었다고 몇 번을 반복하니 화딱지가 났나 보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안내를 받으면서 하는 소리에 민망도 하고 웃음도 났다.
“아니 그러니까 왜 저한테만 이렇게 가혹하신 거예요? 치려고 하면 치는 창이 없어지고 도대체 얼마나 빨리 쳐야 하는 거냐고요!!”
나는 민망해서 어서 끊으라고 손짓을 했다.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핏대를 세운다. 정말 창피했다.
계좌번호에 1원을 넣어주고 본인 통장에 가서 무슨 이름으로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할 줄 몰라 짜증을 내고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보내주는 번호나 문자를 못 쳐서 쩔쩔매고 있었다.
남편은 침착해야 할 때 더 화를 낸다. 특히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뭘 못한다고 하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한다. 그래서 절대 자기가 모르는 새로운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아이폰을 쓰지 않고 있다)
요즘은 간단한 햄버거하나를 사더라도 키오스크를 이용해야 하는데... 정말 간첩소리 듣기 딱 안성맞춤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모르는 것은 나이가 몇살이든 배워 보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나는 요즘 새로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참 재미있다.
물론 새로 배울때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때도 그랬다. 온통 모르는 소리뿐이라 힘들었다. 썸네일 만드는법, 블로에 들어가서 핸드폰으로 편집까지....하지만 참고 천천히 유튜버들의 설명을 따라해서 채널개설에 성공했다.
비록 구독자 1400명이지만(최근 3년간 영상을 올리지 않고 있다) 채널개설이 목표였기에 내가 알고 싶은건 다 배울수 있었다.
평생 내가 아는 것만으로 산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지 모르겠다.
매일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또 새롭게 적응해야 할 것들을 배워가는 재미로 노후가 참 재미있는데 말이다.
지금도 옆에 앉아 자기가 하지도 않았는데 코인을 사고팔때 왜 알람이 울리냐고 신경질을 부리는 남편!
그냥 차분히 이것저것 눌러보면 될 것을....
나 이런 남편하고 사느라 많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