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거꾸로 타면 사고 난다-
“저는 별다른 비법 없이 학교 공부만 충실히 했고요. 학원이나 과외 같은 건 하지 않고 집에서 공부했어요.”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날,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의 한결같은 인터뷰 내용이다.
‘누구는 학교 공부를 충실히 안 했나?’ 하는 불만으로, 뭔가 다른 특급 비법이 있으면서
속인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서 의례적으로 하는 말로 치부해버린다.
오랜 교직생활 동안 공부 잘하는 많은 아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우리 아이 역시 명문대에 합격한 경험에 의하면 나는 인터뷰 내용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특별히 학원을 안 보내야겠다거나 학원을 가면 안 된다는 가치 기준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얼마든지 보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학교 공부만도 벅차다며 집에서 혼자 공부를 했다.
아이의 시간표는 아주 단순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날 배운 것을 자기만의 노트에 정리하며 종합적으로 복습해보고
내일 배울 것을 목차를 한번 들여다보고 미리 읽어보는 것뿐 별다른 공부를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는 학교에서 하는 자율학습에 참여하여 복습까지 다 마치고 집에 왔다.
집에서는 자기가 보고 싶었던 TV 프로도 찾아보고 여유시간의 대부분은 책을 많이 읽었다.
학교에서도 공부를 아주 잘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표가 단순하다.
수업시간에 똘망 똘망한 눈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방과 후에 그날 배운 것을 자율학습시간을 통해 복습을 마치고 집에 가는 것이 대부분의 일과표이다.
그날 배운 것을 그날 다 정리해버리니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없다.
그래서 다음 진도를 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아이들의 시간표는 단순할수록 좋다고 권해주고 싶다.
한 번은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칠까 염려도 되었고 애써서 뛰어올라가도 계속 에스컬레이터는 내려가니 다시 낑낑 대며 올라오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물론 재미 삼아 그런 것이지만, 학교에는 이처럼 힘겹게 ‘거꾸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 같은 아이들이 많다. 저녁 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는 맥을 못 추고 잠에 빠져든다.
중요한 수업내용을 듣지 않으니 성적이 오르지 않고 선생님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자다 공부하러 간다며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도 있다.
많은 아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는 것 같아 참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EBS 교육방송에서 학습의 효율성에 대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가장 효율적인 학습방법은 ‘서로 설명하기‘이다.
이런 점을 이용하여 집 공부로만 성적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방과 후에 그날 배운 내용을 설명하게 해 보자.
누구나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은 쉽게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냥 설명하기가 멋쩍다면 화이트보드를 준비해서 ‘선생님 놀이'를 해보자.
아이는 그날 들은 내용을 선생님처럼 화이트보드에 쓰면서 엄마에게 설명해주도록 해보자.
학원 가서 몇 시간씩 문제를 푸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렇게 그날 배운 것을 말해보게 하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잘 아는지 확실히 구분 지을 수 있다.
맨 처음에는 아이가 잘 못하더라도 화내지 말고 한 가지라도 설명을 한다면 격려해주고 응원해주자.
매일 배운 것을 말해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말하다가 혹시 잘 설명이 안 되는 것은 확실히 잘 모르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으면 책을 찾아보게 되어있다.
그래서 말해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만 많이 풀어보는 것은 잘 아는 것도 또 풀어보게 되어 시간낭비도 되고 잘 모르면서 우연히 맞힐 수도 있다. 수업시간에 잘 듣고 이해한 내용을 자신의 관점이나 언어로 설명해보게 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도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