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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 좋아야 공부도 잘할 수 있다

-방학은 숨표 같은 구간이다-

by 집공부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2차 지필(기말고사)을 마치고 방학 준비에 한창이다.

시험이 다 끝난 후에는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교실을 떠나 있다.

수행평가에 포함되는 평소 수업태도 점수도 없고 더 이상 수업을 잘 듣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능력 있는 교사라 하더라도 목표가 없는 수업을 이끌어내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의 희망대로 운동장에 내보내 주기도 하고 극약 처방으로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방법을 많이들 쓴다.

잘못하면 학교에 와서 영화만 보고 간다는 학부모들의 항의나 교장 선생님의 매서운 눈빛을 의식해 진지하게 수업을 해보려고 선생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 그동안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점수뿐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에 씁쓸한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가장 힘들고 고민에 빠졌던 순간들이 바로 2학기 학기말고사 후 남은 수업시간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


고등학교에서는 자기소개서 작성을 해본다던지

(고등학교 자기소개서는 현 고2 학생을 끝으로 없어질 예정이다)

EBS에서 방영한 공부법이나 다큐멘터리 영상을 많이 보여주곤 했다.

비록 점수에 영향은 없지만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는 보석 같은 아이들이 눈에 띈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 중에도 12월 시험이 끝난 후 표변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12월 시험 후에 보이는 태도가 그 아이의 진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내용을 적어둔다.

(사실은 교과 세특에 반영시켜 주거나 다음 해에 상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대부분 3월에는 정말 천사가 따로 없을 정도로 수업시간에 적극적이고

청소 등 일을 맡겨도 서로 하겠다며 나선다.

(물론 처음부터 눈에 거슬리는 아이들도 있긴 하다.)

그러다 5월 시험을 치르고 나면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미 망쳤다는 생각 때문인지 수행평가도 대충 해내고 엎드려있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애들은 대부분 영상을 보여줘도 진지하게 보며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재미있는 영화나 영상조차 집중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아예 선생님의 지시를 무시하기도 한다.


그 이유가 뭘까?

나는 그게 바로 인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공부 잘하는 애들은 무조건 다 인성이 좋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인성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습관이다.

자신의 내적 욕구나 표현을 조절하거나 제한하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생활스타일인 것이다.


선생님이 이끄는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배려심과, 선생님이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여 성장의 도구로 삼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수업 시작하자마자 바로 책을 쌓아놓고 잠을 자는 아이들이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나 이해가 있다면 하기 힘든 행동들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일상적으로 반복되어 자신의 행동 습관으로 굳어져 버린다.

수업시간에 매일 엎드려 잠만 자거나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데 무슨 수로 좋은 성적이 나오겠는가?


방학과 함께 전달되는 성적표에서 성적뿐 아니라 (학교에서 가정으로의) 행동발달사항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이다.


방학은 음악에서 쉼표 같은 구간이다.

비록 음은 내지 않지만 그만큼의 길이를 나타내야만 한다.

학교는 가지 않지만 그 길이만큼 교정의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아이의 생활태도를 잘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내심은 사회생활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매너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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