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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Dec 28. 2021

아들이 집에 오는 날

-엄마의 집밥은 사랑입니다-

아들은 대학교 입학 후 집을 완전히 떠나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다.

대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가끔 가서 청소도 해주고 반찬거리도 해다 날랐지만

요즘에는 자기 혼자 산 게 몇 년인데 걱정이냐며 스스로 다 한다.


“혹시 우리 모르는 여자 친구가 다 해주는 거 아닐까?” 라며 의심을 했더니

남편은 “그러면 땡큐지” 무슨 걱정이냐고 한다.

이율배반적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들은 어서 좋은 짝을 찾았으면 좋겠고

딸은 그냥 누구의 아내, 며느리보다는 지금의 우리의 딸로 살았으면 좋겠다.

듣기에 따라 차별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성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성격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 지인 중에 우리 아들, 딸과 사돈을 맺자며 만남의 자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가

자기는 비혼 주의는 아니지만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만남은 싫다고 하여 그다음부터는 아예 말도 꺼내지 못했다.


가족 대화방에서 아빠가 영화 속 (덱스터라는 미국 드라마에서 매회 아침에 도넛 한판을 사서 나눠먹는 장면이 나온다) 도넛 먹는 장면을 보고 갑자기 도넛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아들이 도넛을 깜짝 배달시켜줘서 놀란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돈만 있으면 먹고사는 문제는 다 해결되는 셈이다.

혼자 살기에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기에 크게 걱정하거나 재촉하지는 않기로 했다.


결국 둘 다 짝을 못 찾고 또 한 해가 가고 있다.


아들이 집에 밥 먹으러 오는 날은 잔칫날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손이 분주해진다.

그냥 된장찌개에 나물반찬이면 되지 뭘 그렇게 유난을 떠냐고 하지만

평소 대부분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먹을걸 생각하면 오랜만에 엄마의 정성이 담긴 집밥을 해주고 싶다.


살아생전 친정엄마는 음식 솜씨 좋기로 유명했었다.

함께 도시락을 먹는 선생님들이 늘어났고, 밥 대신 반찬만 많이 싸오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엄마는 그런 칭찬이 싫지 않으셨는지 아침마다 간식까지 넉넉히 챙겨주셔서

 힘든 학교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셨다.

비올 때는 엄마표 김치 수제비가 그립고

감기로 아플 때 먹었던 콩나물 죽이 간절해진다.


부엌에서 뚝딱 하면 진수성찬을 차려내시던 엄마와 달리

나는 이상하게 장을 봐서 한 끼 먹고 나면 먹을 게 없었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오랜 시간 숙성하고 정성 들여 만들어두는

밑반찬이 있고 없고의 차이였던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솜씨 좋은 엄마가 못된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친정엄마가 살뜰하게 두 아이를 키워주셨고

나는 엄마의 딸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아들한테 유난을 떠는 걸지도 모른다.

별로 해준 것 없이 다 커버린 아들에게

엄마의 집밥은 형체가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아들도 엄마가 챙겨주는 집밥이 그리워질 때

엄마를 추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보며 안 해봤던 새로운 메뉴도 따라서 만들어본다.

눈치 없는 남편은 아들에게 고자질하듯이

“아들 덕분에 아빠도 오랜만에 잔칫상을 받았네”라며 너스레를 떤다.


나는 언젠가 ‘엄마’하면 떠오르는 ‘엄마의 집밥’이 그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본다.


잔재미는 없지만 든든해서 가구 같은 아들의 무심한   한마디

“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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