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공부 Jan 14. 2022

실수를 인정할수 있는 여유 있는 삶

-때론 잠시 멈춤의 시간도 필요하다-

“엄마 오늘 저녁은 치킨 어때?”

삼시세끼 때마다 다른 메뉴를 준비하려고 애쓰는 나를 위해 오늘은 배달음식을 먹자며  효녀 딸이 한 말이다.

주말 저녁 TV에서 나오는 치킨 광고는 굉장히 유혹적이었다.

덕분에 준비하려던 저녁식사 대신 TV 리모컨을 잡아들며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주말이라 바빠서인지  한 시간이 넘도록 배달한 음식이 오지 않았다.

메뉴를 선정한 책임감 때문인지 딸은 연신 배달앱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뭐야!! 배달완료라고 뜨는데?”

딸은 뭐가 잘못되었다며 점포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 아직 배달을 못 받았는데 배달 완료라고 뜨네요”

“어? 아까 갔다 왔는데....”

“아니 아직 못 받았으니까 전화했죠”

“저희 남편이 직접 배달을 다니는데... 강아지 짖는 소리까지 듣고 왔다는데요?”

“아니 그럼 제가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한다는 거예요? ”

“아.... 예 (마지못해) 그럼 다시 갖다 드릴게요”

딸은 사람 참 치사하게 만든다고 기분 나빠했다.

갑자기 즐거운 저녁 분위기가 냉동 창고 같아졌다.


잠시 후 치킨 배달이 왔다.

남편은 갑자기 총알같이 뛰어나가더니 한참 후에야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배달이 안 왔다고 전화하면 자신이 실수했나 생각해 볼일이지

뻑뻑 우기면서 사람을 치사하게 만들어. 그게 뭐라고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하겠냐고..”

남편은 다시 배달 온 치킨집 사장과 함께 아파트 관리실을 다녀왔다.

괜히 오해받는 게 기분 나쁘다며 기어이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고 온 것이다.

분명 우리 집을 지나쳐 1801호에 내리는 장면이 다 찍혀있었다.

치킨 집 사장은 어쩔 줄 모르며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했다.

다시 받은 치킨은 전처럼 맛을 느낄 수도, 가족을 환하게 웃게 만들지도 못했다.


 이미 맛을 잃은 치킨을 억지로 몇 조각 먹고 담배를 피우러 나갔던 남편이 헛웃음을 지며 들어왔다.

하필 담배 피우고 들어오다  1층에서 치킨집 사장과 또 마주쳤다는 것이었다.

외출에서 돌아온 18층에서 치킨이 잘못 배달된 것 같다고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잘못 배달된 치킨을 회수하러 가다  남편을 또 만나게 되니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우리 집에 대한 오해는 풀렸지만

나는  그 사장님이 여러 가지로 당황스러웠을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창 즐겁게 배달할 시간에 혼이 다 나갔을 것 같았다.

얼마나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도  느껴졌다.

기왕 배달이 잘못되어 회수해 간들 소용도 없을 텐데....

  그냥 맛있게 드시라고 인심도 쓰고 홍보도 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아쉬웠다.


그날 이후로 치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워낙 맛에 예민한 딸이 유일하게 먹는 치킨집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개인 사정상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설마 우리 집 문제로 두 부부가 싸운 건 아닌지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특히나 스트레스 상황이나 우울감이 더하면 실수가 더 잦아진다.

그럴 때는 꼭 여행을 하거나 거창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초보운전 때는 빨간불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숨을 고르고 잠시 쉴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도 때에 따라 빨간불이 켜질 때가 있다.

 잠시 멈춤이 답답하고 긴 시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초록불이 켜질 때 달려 나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이 땅의 자영업자들이 모두 다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그들로부터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이 집에 오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