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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an 19. 2022

아파트 층간 소음에 대한 오해

-윗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닐수 있어요-

딩동!!

“누구세요?”

“302호인데요 인테리어 공사가 있어서 동의서 받으러 왔어요”

“어제 동의서 써드린 것 같은데....”

“아 그건 301 호구요 저희는 302호예요”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인테리어 공사 동의서를 받기 위한 방문이 잦아졌다.

며칠 후에 다시 6층에서, 그리고 12층에서 왔다.

엘리베이터에는 매일 공사에 대한 안내문이 번갈아 붙여져 있다.

오래된 아파트라 새로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인테리어 업자들이 호황을 누렸다는 말이 있다.

나도 예전에는 집에서 거의 잠만 자다시피 하여 집안의 인테리어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나도 모르게 집안을 꾸미고 확장하는 유튜브를 보며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아침 일찍부터 머리 위에서 거의 고문 수준에 해당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공사를 하더라도 집에 사람이 없어서 잘 모르고 지나갔었을 일이다.

그런데 요즘 거의 매일 집에만 있는 생활을 하다 보니 불편함을 넘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 이건 바로 윗집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어제 사인받아간 곳은 12층인데....

이렇게 가까이 들린다고? ”

“아파트는 같은 구조라  통해서 더 크게 들려”

이건 바로 윗집에서 나는 소음이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딸의 말에 옛날 생각이 나서 쓴웃음이 났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잠결에 알람 소리인지 벨소리인지 구분이 안된다.

계속 울리는 소리에 간신히 몸을 가누고 보니 현관에서 나는 벨소리였다.

나는 잠에서 덜 깨어 비틀거리며  “누구세요”라고 했더니 아래층에 사는 새댁이었다.

나는 정신없이 문을 열어주며

“무슨 일이세요?”

“ 해도 해도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밤새 노래를 불러 젖히면 어떡하냐고요”

문을 열자마자 잠옷 차림으로 간신히 눈을 뜬 나에게 따지듯이 추궁했다.

“네? 보시다시피 잠자다 놀라서 깬 사람한테 무슨 말씀이세요?

그리고 우리 집에 있지도 않은 노래방 기기는 무슨 말인지

나는 어이도 없고 화가 나서 “괜찮으니까 들어와서 확인해 보세요”

며느리도 반신반의하며 모두 잠에 빠진 우리 집을 확인하고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사실 그동안 이사 와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매일 수시로 울리는 인터폰이었다.

받아보면 영락없이 아래층 며느리!

“저희 아버님이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고 화내세요

 아이들이 왜 그렇게 쿵꽝거려요? 서로 예의를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겠노라 약속했다.

매일 아이들에게

“뛰지 마 아래층에 머리가 많이 아픈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데

너희가 뛰면 더 아프시니까 발꿈치 들고 살금살금... 자 엄마처럼 해봐”

아이들은 엄마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더 깔깔 대고 웃어댔다.

아무리 아이들을 단속해도, 아들이 물먹으러 냉장고 앞에만 갔다 와도 바로 인터폰이 울릴 때는 아이들만 잡을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참다못한 아이들이 “엄마 옛날 집으로 다시 가면 안 돼? 매일매일 움직이기만 해도 인터폰 오잖아 ” 푸념이 이어졌다.

신도시 새 아파트는 모든 것이 다 새것이었다.  

아이들이 정리 잘된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수있어서 너무 좋았다.

문제는 집안에 아이들이 있을 때는 어김없이 수시로 인터폰이 울렸다.

아이들이 장난감 통을 비우기만 해도 마치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를 하루 종일 감시라도 하듯

어김없이 인터폰이 울려대곤 했었다.

나는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지만 공동주택에 들어온 이상 아이들을 잘 지도하려고 애썼다.

 좋은 이웃으로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그만 소리에도 인터폰을 눌러대는 통에 때론 억울하기도 하고  아이들만 야단쳐대는 나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은 저녁 11시가 넘는 늦은 시간에 어느 집에선가 노래방 기기를 틀고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계속 집들이하는 집이 많았기에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시끄러웠다.

큰 목소리의 남자가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댔다.

밤새 이어질 것 같은 소리에 사실 우리도 짜증이 났었다.

하지만 이내 잠이 들었었나 보다. 벨이 울리기 전까진....


우리 집을 확인한 며느리는 잠에 빠져든 사람을 깨우게 된 사실에 너무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 뒤로 우리 집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오히려 내가 큰일 났다 싶을 정도로 식탁의자를 끄는 소리가 나도, 아들이 성큼성큼 걸어 다녀도 인터폰이 울리지 않았다.

그날 밤 소음이  바로 위층에서만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듯하다.


나도 사실은 우리 바로 윗집에서 잔치를 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바로 윗집이 아니라 꽤 떨어진 17층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때 처음으로 아파트의 층간 소음에 대해 오해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 간 험한 말이 오가고 분쟁이 심해 사건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소음이 바로 위층이 아닐 수 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제일 참기 어려운 감정이 억울함이라고 한다.

우리 집이 아닌데 자꾸 엄한 소리를 해대니 더 감정적으로 대할 수밖에.....

그날 만약에 우리 집에 와서 확인해보는 소동이 없었다면 서로 오해가 쌓였을 것 같다.

 나는 좋은 이웃들과 살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불편하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불편해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소음을 내는 위층 주민이 될 수 있으니

철 모르고 구입한 러닝 머신을 빨랫대로 쓰다, 그마저 지인에게 양도했다.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는 것의 불편함은 잦은 인테리어 공사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짜증을 내는 대신 오늘도 강아지와 함께 산보를 나서본다.

잘 조성된 공원에  잘자라준 나무숲 사이를 걸으며  잠시 드릴로 벽을 뚫어대는 듯한 소리를 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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