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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an 25. 2022

처음으로 가져본 주식통장

-LG 에너지 솔루션 공모주 청약-

“올해는 엄마, 아빠 생일선물을 미리 당겨서 현금으로 넣어줄게

그러니까 그때 가서 서운하다고 울지 마슈”

며칠 전 뜬금없이 딸은 미리 생일 축하를 하겠다고 했다.

굳이 몇 달 후인 생일선물을 미리 현금으로 준다고? 왜?


알고 보니 LG 에너지 솔루션공모주 청약에 엄마 아빠도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무조건 한주만 받아도 돈이 되는데 둘 다 안 움직일 것 같으니

자기가 돈도 넣어주고 통장도 만들어 주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새해 하고 싶은 일 10가지 중에 주식 통장 갖기가 있었다.

가족 모임에서 주식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나만 알아듣지 못했다.

아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자이므로 주식의 변동에 큰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늦게 주식에 뛰어든 딸은 운이 좋았는지 주식으로 솔솔 한 재미를 보고 난 뒤

전적으로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나름의 성과로 나의 첫 명품가방까지 사준 효녀 딸이다.


항상 큰 것 한방을 노리는 남편은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더 떨어질까 두려워 팔기를 거듭했다.

매일 돈만 털리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푸념하기 일쑤였다.

혼자 씩씩대더니 지금은 코인 시장으로 모든 돈을 옮겨버렸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손실액이 70%는 족히 될듯하다 )

하지만 그간 주식 공부는 얼마나 많이 했는지 딸과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빠 이론은 빠삭한데... 왜 반대로만 해?  좋은 주식은 가만히 갖고 있으면 되는데

아빠같이 하면 절대 돈 못 벌어” 라며 오히려 아빠의 투자 방식에 대한 비판을 해댄다.

나도 이들의 대화에 끼고 싶어 주식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주식에 무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차트만 봐도 두려운 마음에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정말 기록하는 순간 의지가 생기고 그 목적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더니....

다이어리에 적힌 올해 이루고 싶은 일 중 하나를  '완료'라고 쓸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딸 덕에 생각보다 빨리 생애 처음으로 주식통장을 갖게 된 셈이다.


딸은 통장에 150만 원씩 넣어주었다.

미리 선물하는 생일 축하금이라는 것을 몇 번이고 더 강조했다.

“그때 가서 잊어버리고 서운하다고 하면 안 돼...”

“ㅎㅎㅎ 정 불안하면 통장에 보낼 때 2022 생축이라고 써서 보내”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족회의를 했다.

나는 일단 가장 많이 배정받았다는 KB증권에, 딸은 신한금융투자에 통장을 개설했다.

자신의 거래처인 삼성증권에서는 상대회사인 LG의 공모주 청약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은 귀찮다며 현재 쓰고 있는 미래에셋을 고집했다.

“아빠! 다른 증권회사 통장 하나 만들어 제발....

 미래에셋이 배당이 제일 작아서 거의 안 된다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안모일 거야. 아빠는 그걸 노리는 거지 경쟁률이 낮아서 한주라도 받을 거야”

정말 못 말리는 남편이다.


남편은 자기 스스로 자폐라고 말한다.

물건도 꼭 있었던 자리에, 먹는 것도 전에 먹었던 그대로 (새롭게 변화시켜서 해주면 화냄)

동선도 꼭 갔던 길로만 가야 한다.

그래서 답답할 때도 많고 싸울 일도 많다.

아무리 애교 많은 딸이 구슬려도 그냥 미래에셋을 고집했다.


 큰 기대 없이 각자 한주씩만 받아도 소고기 값은 나온다며 온 나라가 들썩였다.

사상 유례없이 일반공모 청약에 442만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나같이 주식 통장을 처음 개설하여 참여한 사람이 많으니 평균 청약 경쟁률은 69:1로 높을 수 밖에 없다.

18일 날 발표한 내용만 봐도 미래에셋은 한주도 받기가 어려웠다.

 신문을 읽고 바로 다른 증권회사에 통장을 개설해도 19일 날 최소 한주는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귀찮다며 거부했다. 결국 남편에게 행운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딸은 억지로라도 아빠 통장을 새로 만들었어야 했다며 속상해했다.

“엄마! 뭐가 대박인지 알아? 세상에 아빠 같은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거야”

딸은 깔깔대며 미래에셋의 경쟁률을 보여주었다.


나는 안다.

결국 모든 일을 사람이 계획하는 것 같아도

마음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계심을 믿기에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앞선다.


그나저나 27일 날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이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다.

또 내가 잘 팔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좋은 공모주 주식을 청약해봤다는 소중한 경험이 생겼다.

나는 수익이 나면 하면 될 일을 귀찮다고 하지는 않고

“ 내 복에.....”를 외치는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주리라 마음먹었다.

‘미운 놈’이라는 마음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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