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데....왜 안될까?-
얼마 전 산보 길에 우연히 발견한 동네빵집
프랜차이즈로 몇 m만 가면 쉽게 만나게 되는 유명빵집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발걸음을 멈춰 찬찬히 살펴보니 지상주차장까지 갖춘 2층의 큰 베이커리였다.
자주 지나는 길인데도 눈여겨본 적이 없어서 그날 처음으로 발견했다.
호기심에 들어가 빵 몇 개를 집어 들고 계산을 마쳤는데 생각보다 훨씬 큰 금액이 나왔다.
살짝 당황스럽긴 했지만 계산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냥 싸들고 나왔다.
“아니 빵 한 개에 5000원이 넘는다니... 여기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간식으로 먹어봤는데 익숙한 그 빵집과는 다른 깊은 맛이었고 너무 맛있었다.
까다로운 입맛의 딸도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 없다며 사온 빵을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며칠 뒤 매일 걷기 4km를 실천하기 위해 크게 한 바퀴 돌다가 다시 그 빵집에 들렀다.
저녁마다 군것질로 빵을 찾는 남편 때문이다.
1월 31일까지만 영업하고 문을 닫게 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제 발견했는데 폐업이라니.....
좀 서운하긴 했지만 15일간 포인트 적립 없이 30%에 빵을 판다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30%에 혹해서 며칠간 일부러 그쪽으로 코스를 정하고 빵을 사 날랐다.
사실 전에는 그곳이 메기 매운탕 집이었다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학교에 근무할 때 그곳에서 회식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후에도 보쌈집으로 바뀐 것 같았는데 빵집으로 바뀐 건 최근에 알게 되었고
또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동시에 알게 된 셈이다.
딸은 위치상 잘될 수가 없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엄마 봐봐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찰서가 있는데 저 집에 가서 술 먹고 싶겠어?
그러니까 메기 매운탕도 다른 음식점도 다 잘 안 된 거야.
빵은 맛있는데 솔직히 인테리어는 그냥 동네 수준으로 해놓고 빵 값만 청담동 수준으로 하니까 안되지
청담동은 건물세도 비싼 만큼 빵값이 비싸지만 예쁘게 인테리어를 해두고 사진 찍고 싶게 만들잖아.
공간까지 판다는 개념인데 여기처럼 빵만 맛있다고 누가 오겠어 암튼 나 같으면 저런 건물은 안 살 것 같아.”
제법 그럴듯하게 자신만의 생각으로 분석을 해보는 딸을 보니 나보다는 훨씬 지혜롭게 잘 살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나는 아이와 걸으면서 그냥 나누는 수다가 좋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려서부터 사회생활을 한 탓인지 제법 생각이 깊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잘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소위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하는 사람과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능력의 차이뿐 아니라 주변 환경, 나를 돕는 사람들, 사회의 변화, 안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괜히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건물을 산다면 어떤 게 좋을지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