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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Sep 08. 2021

누구나 약점이 있고 강점이 있다

-오늘 화난 일-

오늘은 치과 치료 후 점검받으러 가는 날이다.

예약한 월요일에는 수술 환자가 생겼다며 부득이 날짜를 바꿔달라고 해서 오늘 가게 되었다.

치료가 잘되었는지만  점검하는 날이라 마음도 가볍게 갔다.


주차공간이 비좁아 남편에게 동행을 부탁하였다.

한 바퀴만 돌고 있으면 바로 내려갈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병원에 들어섰다.

항상 시간을 서두르는 남편 때문에 예약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

 40분이 훌쩍 지나도 내 차례가 오지 않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매니저는 연신 죄송하다며 선생님이 수술 중이시란다.

월요일에도 수술 때문에 바꾼건데

오늘도 수술 중이라 기다리라니 어이가 없었다.


오늘은 점검만 받으러 온

소위 ‘돈 되는 고객’이 아니라 함부로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화가 났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이럴 거면 예약은 왜 받는 거예요?”라고 쏘아붙였다.

당황한 간호사는 나를 들어오라 하여

자리에 앉혀 놓고 다시 20분 이상을 기다리게 했다.

 나는 이렇게 기다리게 할 거라면 차라리 밖에서

신문이나 보고 있게 하지

 기계소리에 공포감을 더하는 이곳에 앉아있게 한 것에 또 화가 났다.

목에 물이 튀지 말라고 둘러준 턱받이를 빼고 집에 가버릴까 생각하고 씩씩대고 있는데

 “어떠세요? 불편한 데는 없으셨죠?”라는 친절한

의사 선생님 목소리에 힘없이 눕혀져

 속살을 보여주고야 말았다.


남편은 담배도 피우고 이도 대충 살살 닦거나 심지어 밤에 간식 먹고 바로 잠들 때도 많다.

나는 매일 정성스레 칫솔질을 한다.

이런 나를 보며 가끔씩 “운동화 빨아? 뭔 칫솔질을 그렇게 오래 해?”라고 놀린다.

그런데도 나는 늘 치과 우수고객이고

남편은 손 볼 곳이 없단다.

선천적으로 잇몸이 약한 데다

출산 후 확연하게 치아가 약해진 탓이다.


 남편은 장이 나빠 과민성 대장 증상으로

과일도 양껏 먹지 못하는데

 튼튼한 내 장은 폭식에도 끄떡없다.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고 강점이 있다.

 약점은 내가 원해서 갖게 된 것도 아니고

고치기도 힘들다.

그냥 그것을 인정하고

남다른 강점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너무 오래 기다려서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라고

엄살을 떠는 남편을 향해

 자신 있게 “이~”를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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