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의하지 않은 수술 동의서

-병을 얻고 알게된 진정한 감사(7)-

by 집공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요?”

수술 전 주치의와의 상담에서 받은 뜻밖의 질문이었다.

나는 무슨 의도로 묻는지 몰라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결혼 전이라면 외관상 미용적인 부분도 고려를 해야겠지만

이 수술 자체가 혹을 떼려고 만지는 순간 혈압이 확 올라갈 수 있어서요

기혼이시니까 가급적 넓게 째서 안전성을 높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나는 “당연하죠 수술만 안전하게 해 주세요”


놀이동산에서 가장 공포스러울 때는 드르륵 소리를 내며 서서히 기구가 올라갈 때이다.

수술을 앞두고 수술동의서를 받아 들고 나니 놀이동산에서 느껴졌던 긴장감이 더해졌다.


의사 선생님은 우리 부부에게 가급적 편하게 마음먹을 수 있도록 긍정적인 얘기를 해주셨다.

“ 모든 수술이 다 힘들고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크게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 박사님과 제가 함께 집도할 거고요 최대 혈압을 최대한 낮춘 상태라 수술 중 위험성은 거의 없을 겁니다 ”

“혹시 더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마치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이라도.... 이런 소리로 들렸다.


나는 “저는 상처는 개의치 않으니까 넓게 쭉 째서 잘 보시고 수술만 잘되게 해 주세요”

나도 모르게 두 손이 저절로 모아졌다.

남편이 보호자로서 수술 동의서를 꼼꼼하게 읽어주며 불안해하는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수술 동의서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무서운 내용이 많이 기재되어 있었다.

대부분 모든 책임을 환자가 감수하겠다는.....

작은 글씨로 나열된 모든 항목을 꼼꼼하게 읽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환자 보호자 서명란에 사인을 하는 것이다.

내용을 읽고 맘에 안 드는 항목이 있다 한들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도 없다.

그냥 병원의 방침이 이러니 이 내용을 숙지했다는 의미의 서명인 것이다.


유난히 겁이 많은 나는 학교에서 예방주사를 맞을 때도 유난스러웠다.

줄을 섰다가 내 차례가 오면 무서워서 다시 뒤로 갔었다.

그래서 결국은 항상 맨 마지막으로 주사를 맞았다.

어렸을 때는 녹색 십자가 모양만 보고도 울었다고 한다.

수술동의서를 작성하고 나니 그때 느꼈던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는 그동안 하나님이 지켜주셨던 여러 일을 상기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매일매일 아무 일 없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누군들 사고를 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당연한 줄 알았던 모든 일들이 하나님이 눈동자같이 보호하셨음이 느껴졌다.

병원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이 수술하는 의사 선생님에게도 지혜를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렸다.






이전 06화장기 매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