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얻고 알게된 진전한 감사(8)-
수술 전 마취과 선생님과 간단한 상담이 있었다.
나는 수술 중에 마취가 깨는 일이 없도록 만 해달라고 애써 웃어 보였다.
수술 전에는 체크할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수술 후 지혈이 잘되는지를 체크하기 위해 간단한 반응을 보겠다며
혈액응고제를 약간 투여했다.
나는 갑자기 눈이 잘 안 보이고 안면마비현상이 왔다.
간호사의 호출에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이런 일을 대비해 미리 체크하는 거라며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나는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나는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7살 아들과 4살 된 딸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딸은 눈치도 빨라 새엄마 밑에서도 사랑받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우직하고 지나치게 솔직한 아들이다.
마음도 여려서 여러모로 상처도 많이 받을 것 같다.
내가 꼭 살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남편은 화장실 가서 웃을 일이니 걱정되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벗어놓은 신발이 크게 보였다.
“하나님 저 신발을 신고 병원을 나갈 수 있게만 해주신다면
모든 일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당신이 하시는 모든 일은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하시려는 뜻입니다.
이 수술을 통해 다시 한번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절실히 깨닫게 하시고
허락하신 건강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의 노력을 할수있게 돌보시옵소서
예쁜 자녀도 허락해주셨으니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
# 이른 아침에 들이닥친 저승사자
“잠은 잘 주무셨어요?”
“......”
“수술 전에 코 줄을 하실 거예요 ”
기저귀 고무줄인 노란색의 굵은 고무줄을 손에 든 의사를 보자 너무 당황스러웠다.
“자 코로 줄을 넣을께요 목으로 꿀꺽꿀꺽 넘기세요 ”
“이걸요?” 나는 이 고무줄을 삼켜서 목으로 넘기라는 말에 황당했다.
영화에서 본 수술 장면에서는 그냥 넓은 침대에 누워서 들어가던데.....
안 그래도 겁 많기로 소문난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손에 진땀이 난 것을 몇 번이나 닦아냈다
“ (휴우...) 잠시만요 잠시만요....”
나는 울고 싶었다.
누워서 코 줄을 올려다보며 “그래... 까짓 거 하지 뭐 아이도 둘이나 낳았는데.... 살려면 해야지 뭐” 스스로 위로를 하며 기도를 드렸다.
우리 아이들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 꼭 해야 된다면...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손을 들어 신호를 주었다.
의사는 젤 같은 역한 냄새가 나는 무언가를 바르고 순식간에 내 콧속에 고무줄로 구멍을 냈다.
“꿀꺽꿀꺽... 넘기세요...”
나는 역겨운 냄새와 이물감에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면서도 오직 머릿속은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갑자기 의사가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어... 잘못됐네” 하더니 순식간에 코 줄을 빼버렸다.
의사 선생님도 처음 해 보는 건지 자신 없는 태도로 허둥대고 있었다.
코에서는 코피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정말 쌍욕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떻게 참고 견뎠는데.....
곁에서 안쓰럽게 보고 있던 남편은 화가 나서 다른 의사를 불러들였다.
“죄송해요 반대편으로 다시 한번만 할게요 아까처럼 하시는 거예요”
한번 그 고통을 맛본 상태라서 아까보다 더 내 몸은 거북함으로 고무줄을 밀어내고 있었다.
역겹다. 죽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사치다.
죽지 않으려면 해야만 한다.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 힘 빼시고요... 이러면 오늘 수술 못하세요”
나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눈을 딱 감고 꿀꺽꿀꺽 역겨운 고무줄을
목으로 넘겼다.
“아.. 정말 죄송해요 ” 손까지 벌벌 떨면서 진땀을 흘리는 의사는 다시 코 줄을 빼내었다.
내 코는 쌍코피가 터지고야 말았다.
결국 다른 의사 선생님이 와서 세 번만에 간신히 코 줄을 낄 수 있었다.
나는 애써 긍정적인 생각으로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했다.
아이들과 더 많이 잘 놀아주고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줄 좋은 생각…
침대에 눕혀져 수술실로 들어갈 때 남편은
“한숨 자고 나온다 생각해. 옆에 계속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할 수 있지?” 안심을 시켜주었다.
마취과 선생님의 “1부터 10까지 천천히 세어보세요”라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1을 외친 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