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먹고 싶다구요? 그만큼 다 나았다는 뜻이래요

-병을 얻고 알게된 진정한 감사(10)-

by 집공부

“믹스커피 먹으면 안 되겠죠?”

아침에 소독차 방문한 주치의에게 큰 기대 없이 던진 말이었다.

“먹고 싶다는 건 몸에서 받는다는 것이니 괜찮다는 거예요 드세요”

나는 의외에 대답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술 후 며칠 동안은 커피 생각이 안 났다.

의사 선생님 말처럼 괜찮아지고 있다는 신호인지 믹스커피가 너무 먹고 싶었다.


나는 병원에서 주는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비위가 약한 데다, 병원에서 나온 모든 음식은 병원 냄새가 배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음식을 조금씩 먹을 수 있게 되자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소풍 나온 사람처럼 먹을 것을 사다 날랐다.

내가 좋아하는 왕갈비는 물론이고 장어나 보양식 등을 챙겨 먹이려고 애썼다.

좋아하던 왕갈비도 다른 환자에게 냄새를 풍기는 것 같아 먹기가 조심스러워서 먹지 못했다.

빨리 퇴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상처가 많이 아물어서 간단한 목욕 정도는 해도 좋다는 말에 간병인 언니는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처음으로 내 몸의 상처를 볼 수 있었다.

큰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보고 나도 모르게 비명이 흘러나왔다.

가슴 밑부터 반달 모양으로 배까지 내려온 큰 상처는 내 생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그 조그만 혹하나 떼려고 이렇게까지 했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수술 전 크게 째도 좋겠냐고 물었던 의사 선생님 말이 이런 의미였다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 퇴원

제법 상처도 아물어서 퇴원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

거의 한 달 만에 세상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들은 엄마의 퇴원에 들떠있었다.

좋은 간병인 언니와 이별이 아쉬웠지만 (추후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었음) 퇴원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퇴원에 앞서 처음에 함께 있었던 근무력증 언니가 다시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되었다.

남편과 함께 찾아갔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비관적인 소식만 듣게 되었다.

퇴원 후 급속도로 나빠져 다시 입원했는데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니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아 더 걱정스러웠다.

퇴원 후 약 타러 병원에 들렀을 때 결국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퇴원할 때 모습이 자꾸 잊히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요즘 수술했을 때의 간절함과 감사함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외향적인 성격인 나에게 코로나는 너무 가혹하게 여겨졌다.

강연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나의 수술 경험담을 써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때의 삶에 대한 절실함과 감사를 잊고 사는 나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이 불안에 떠는 코로나 상황에도 온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켜주신 것에 대한 감사!

그 와중에도 비대면을 통한 강연을 간간히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

덕분에 디지털 세상을 조금이나마 따라 할 수 있었고, 하지 못했던 유튜브도 스스로 배워서 채널을 개설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

가족이 함께 지내는 많은 시간 동안 서로의 장점을 많이 지켜봐 주고 서로 힘이 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

두 자녀 모두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

나는 오늘 진심으로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소중한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삶은 좀 더 나눌 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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