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는 것도 결국 하나님이 하시는 일

-병을 얻고 알게된 진정한 감사(9)-

by 집공부

남편의 말대로 깊은 잠에서 깬 듯 어느새 병실에 와 있었다.

열도 나고 두통에 전체적으로 몸이 너무 아팠다.


처음 보는 여자가 연신 곁에서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 때문에 병원에도 와보지 못한 엄마에게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장모님! 수술이 아주 잘되었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간병인이 잘 도와주고 있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지금 막 깨어났어요

네... 그냥 계속 아프다고만 해요. 큰 수술이니 아팠겠죠 ”

나는 남편의 통화내용을 들으며 수술이 잘되었다는 것과 곁에서 물수건으로 이마를 짚어주는 사람이 간병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박사님이 오셨다. 수술이 아주 잘되었으니 상처만 잘 아물면 된다고 하셨다.

“내일부터는 아프더라도 살살 아주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을 만큼 걸어보세요

오히려 누워만 있는 것보다 빨리 회복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여러 개의 링거병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진짜 입원환자가 되었다.


아침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열과 혈압을 체크한다.

배에 복대를 해야만 그나마 화장실이라도 갈 수 있을 정도이다.

맨 처음에는 정신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간병인에게

처음으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의학에 대한 상식이 많은 듯했고, 환자의 고통을 잘 알고 잘 돌봐주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가족보다는 전문적인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사님이 다녀가신 후 주치의 선생님이 내 몸속에서 떼어낸 혹을 가져오셨다.

정말 팥 알갱이만큼 작은 혹이었다.

“애걔 요만한 거 떼려고.... 혹이 너무 작으니까 수술비는 좀 깎아주세요”

“작아서 떼는데 힘들었으니 오히려 수술비가 더 나올 겁니다”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작은 혹을 보며 농담을 던지자 의사 선생님도 농담으로 받아준다.


내 몸에서 나온 이 작은 혹 하나가 사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반대로 평소 건강할 때는 우리 몸의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자체가 기적이고 감사임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되던 모든 일들이 축복이었고 감사할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좋은 만남도 결국 하나님의 섭리이다

간병인 언니는 가스가 나오려면 운동이 최고라며 억지로 일으켜 조심조심 복도를 걷게 했다.

복대를 했지만 똑바로 서는 것이 어색하고 상처가 쓰리다고 고통을 호소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루 중 30분은 무슨 계획표에 적혀 있는 듯 반 강제적으로 운동을 시켜댔다.

간병인 언니는 지난번 우리 방에 드나들던 간병인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억지로라도 운동도 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도 있었다.

또한 내가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들려고 하면 조용히 곁에 앉아 책을 보곤 했다.

나의 표정을 잘 알아차려서 전혀 불편함이 없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남편이 어디서 이렇게 훌륭한 분을 모셔왔는지 감사할 따름이었다.


# 오사카로....


“여기 오사카 2장!”

최대한 우아하고 품위를 지키며 닫힌 병원 접수대를 향해 외쳐댄다.

간병인 언니는 나와 만나기 전에 치매환자를 2년간 돌보았다고 한다.

밤마다 오사카로 가자고 조르는 통에 병원 접수대를 공항 매표소 삼아 연기를 해야만 했단다.

드문드문 병원 로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오사카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인식했단다.

오사카와는 어떤 인연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오사카에서의 일을 추억할 때는 눈에서 빛이 났다고 했다.

정신이 흐려지면 난폭해졌고 폭언이 이어져 2년 동안 돈은 많이 받았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간병인 언니의 도움으로 상처가 빨리 잘 아물고 있었다.

낮에는 무리해서 병원 주위를 크게 돌며 가끔 햇빛도 억지로 쬐게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내 의지가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우리가 살면서 내 마음 나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이상하게 2년 동안 참고 잘하던 일이 갑자기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만나게 하셨으니 좋은 간병인을 만나게 하신 것도 결국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되었다.

남편은 간병인 언니에게 식사 시간 외에도 남편이 병실을 지킬수 있는 저녁시간에는 자유시간을 쓰도록 했지만 대부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간병인 언니가 밥 먹으러 나가고 나면 다른 간병인이 와서 다리도 주물러주고 친절하게 돌봐주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남편이 간병인 언니가 자리를 비웠을 때 잘 돌봐달라고 두 명에게 더 부탁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병원에서는 좋은 남편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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