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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Nov 11. 2024

세컨 하우스가 생겼어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남편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고등학교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다녀간 것 빼고는 대부분의 어린 시절을 제주도에서 살았다.


나이 들면 귀소본능이 있다더니...

언제부터인가 바다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형들 따라다니며 낚시를 배워두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너튜브에 낚시채널을 많이 보기 시작하더니 거제도나 남해에 살고 싶다고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족여행은 무조건 바닷가 근처 아빠가 낚시할 수 있는 곳에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이번 추석 가족여행도 강원도 고성에서 3박 4일간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아들챤스로 고성을 몇번 다녀온 후로 남편이 고성을 특별히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도 오고 그다지 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아들이 갑자기 비온다고 숙소에만 있지 말고 드라이브나 나가자고 제안하여 숙소 주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엄마 여기 대형 마트도 바로 옆에 있고 바다가 잘보이는데 이런 아파트에 살면 좋겠죠?" 

나는 아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몰라 그냥 웃었다.


저녁을 먹은 후 아들이 엄마 아빠에게 줄 선물이라며 중대 발표를 했다.

“엄마! 아까 다녀온 아파트 1년간 임대 계약했어요.

사실 어제 아빠랑 고기 잡으러 나갔다가 혼자 볼일 보고 온다는 게 부동산 가서 계약하고 왔죠”

아들은 예전에도 아빠가 좋아하는 고성에 집이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넌지시 물어온 적이 있다.

친구 아빠도 고성을 좋아해서 낡은 주택을 사서 3도 4촌 생활 중이란다.

“우리 회사 사람들도 요즘 세컨 하우스 마련한 사람이 많아요.

 사람들이 양양도 많이 가는데 나는 여기가 조용하고 마음이 편해서 좋은 것 같아 “

“생각해 보니 이런 숙소가 하루에 거의 45만 원~65만 원이 훌쩍 넘잖아.

 가격에 비해 애완견 동반이다 보니 숙소 컨디션이 썩 좋지도 않고....

그리고 이렇게 날씨가 안 좋다고 예약을 취소할 수도 없고 

이번에는 와서 비구경만 실컷 하고 가서 속상한데 이젠 날씨가 안 좋으면 안 내려오면 되고 아무 때나 올 수 있어서 숙박비로 따지면 더 효율적일 것 같아서... ”

“그리고 살아보고 좋으면 아예 거주지를 옮겨도 되고... 암튼 이번에 날씨 안 좋다고 아빠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고요 이제 자주자주 오시면 됩니다”

아들의 말에 남편이 환하게 웃는다.


아들은 아빠의 말을 그냥 흘려듣는 게 없다.

그냥 아무 반응 없이 듣는 것 같지만 꼭 마음속에 담아둔다. 

그리고 자기의 능력범위 안에서 다 해주려고 한다.

너무 든든하고 고맙다.

“아빠가 고층이라 좀 싫어할 수도 있지만 오션뷰를 포기할 수 없죠. 여긴 낮은 층은 훨씬 더 쌉니다”라며 집안을 보여주었다. 

거실에서 바다가 한눈에 담기고 새 아파트라 깔끔했다.

아들은 화, 수, 목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다 재택을 하는 좋은 환경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3도 4촌 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우리는 백수라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어쨌든 이제 딸이 숙소를 찾아보고 예약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좋다.


10월 말까지 잡혀있던 강연을 끝내고 지금은 고성에 내려와 있다.

그냥 고개만 돌리면 액자 속 그림 같은 바다가 있다.

매일 아침 다른 색의 하늘과 바다를 보며 운동삼아 바닷가를 천천히 걷고 온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고,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다 맛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살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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