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공부 Jun 28. 2024

고성 아야진 해변

-엄마의 흔적 찾기-

"엄마! 아빠 인생샷 많이 찍어줬네 엄마는 왜 사진이 별로 없어?"

새 차를 받고부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남편의 희망대로 우리 부부만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보미는 이상하게 딸은 그렇게 잘해주는데도 자기 아래로 보는지 둘만 있었던 지난 거제도 여행 때는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의사 선생님이 빨리 돌아오셔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숙소비를 날리면서 집으로 돌아온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2박 3일 짧은 여행이지만 나만 없으면 매일 울고 찾는다는 식구들의 증언 때문에 친구들도 마음대로 못 만나는 처지인지라 걱정이 앞섰다.

과연 잘 있을지 걱정도 되어 떠나고 싶은 마음 반, 그냥 맘 편히 집에 있고 싶은 마음으로 갈등했지만 남편과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여행을 떠났다.


 아야진은 물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바닷물에  파도도 잔잔하여 아이들과 물놀이하기에 좋았다. 밤이 되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널찍한 갯바위에 앉아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도 좋다.  살아있는 지렁이를 무서워하는 남편은 염장지렁이를 미끼 삼아 고기를 잡아 주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나는 그런 남편의 말은 믿지 않는다. 정말 혹시라도 고기를 잡는다면  아빠가 좋아할 곳이라며 추천해 준 아들에게  한 마리라도 잡아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낚시는 욕심을 낸다고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낚시하기 좋은 갯바위가 많으니 낚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름다운 밤바다를 실컷 눈에 담은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했다.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보며 아침 낚시를 함께 따라나섰다.  떠오르는 태양이 손에 닿을 것처럼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아침에 좋은 기운을 듬뿍 받으며 이런 곳에 평생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나에게 낚시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용기를 내서 살아있는 지렁이로 미끼를 바꾸었다. 그러자 아침 먹으러 나온 눈먼 고기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정말 팔다리가 아플 정도로 계속 잡혔다.

그런데 햇빛이 너무 강해서 우산 속에 앉아 있었던 나와 달리 남편이 힘들어 보였다. 낚린이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어서 따가운 햇빛만 아니라면 하루종일 낚시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자고 있을 시간이라 나는 부지런히 앨범 속에 저장만 해두었다. 아빠가 신이 나 있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아가 물고기들에게 시련을 주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조심스레 바늘을 빼서 안전하게 바다로 보내주었다. (사실 나는 생선구이는 좋아하지만 낚시하는건 좀 그렇다)


아이들과 여름휴가를 계획한다면  고성 아야진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남편은 이곳이 자기를 위한 맞춤형이라며 너무 만족스러워했다.

근처에 맛집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어디를 가도 이어지는 해변에 고성이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이제야 알게 되어  아쉬움도 있었다.

우리의 숙소는  아야진 해변길 가운데에 위치한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애견동반은 제약이 많은데 보미가 없으니 숙소의 선택지도 넓고 식당마다 애견동반이 가능한지 미리 물어보지 않아도 되어 좋은 점도 있었다.

하지만 늘 머릿속에 보미가  있었다.

엄마 찾아 떼를 부려 우리 아이들이 고생할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몇 번을 물어봐도 보미는 잘 있다고 하니 역시 오빠가 있어서 안심이 되나 했었다.


맛있는 거 다 사 먹고 오라며 용돈까지  두둑이 넣어준 아들을 위해 속초관광수산시장에 들렀다. 유튜브에서 많이 나오는 누룽지오징어순대와 각종튀김, 전통식혜, 닭강정 등을 재빠르게 사고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려 딸이 좋아하는 술빵도 두 덩어리를 샀다.

또 오빠를 챙기느라 본의 아니게 집안일을 했을 딸을 위해 일부러 가평 휴게소에 들렀다. 다른 곳보다 비싸게 파는 것 같았지만 기념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잠옷과 가방에 달수 있는 인형도 사 보았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 아이들(보미포함)이  모두 반기는 집에 도착하니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이상하게 내 옷이 여기저기 구겨져 있었다.

가기 전에 깔끔하게 빨래도 해서 널어놓고 아들이 불편하지 않게 정리를 잘해뒀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걱정할까 봐 보미가 안 운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흥분하면서 계속 울어서 아들이 챗GPT에게 이럴 때 어떻게 하냐고 물었단다.

그랬더니 엄마의 체취가 담긴 옷을 주면 진정될 거라고 해서 내 옷을 찾았는데 입던 옷이 없어서 같이 산보 갈 때 입었던 옷들을 여기저기 내려주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좀 진정을 하더란다.

그래도 다행히 밤에 우리와 함께 자던 방에서 잠은 잤는데 문제는 새벽 5시부터 깨서 계속 문쪽만 바라보고  있었고  스트레스로 볼이 부어서 병원에 다녀왔단다.

에구… 우리 보미를  두고는 어딜 못 다니겠다 ….


아들은 이럴 때일수록 자꾸 여행을 다녀야 보미도 그러려니 하고 적응을 한다며 그냥 떠나고 싶을 때 훌쩍 하루씩이라도  다녀오라고 한다.  


아들! 엄마한테는 빈말 안 통하는 거 알지? 엄마는 철이 없어서 진짜 또 훌쩍 떠날 거다.

그때도 보미 봐줄 수 있지??

우리 보미는 참 예쁘면서도 나를 제일 힘들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많은 얼음은 누가 다 먹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