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이 좋아야 완주도 가능하다-
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는 뭐니 뭐니 해도 입학과 졸업이며 시작은 항상 3월이다.
나는 교직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3월이 되어야 새해를 맞는 기분이 든다.
3월은 교사나 학생이나 모두 힘든 한 달이다.
신입생도 그렇지만 전근을 간 교사 역시
학교의 일정이나 시설이 낯설고 새로운 업무까지 맡아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다.
3월에는 업무가 폭주한다.
새로운 시작이므로 각 부서에서 전달받고 제출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인다.
대부분 반 아이들 대상으로 조사, 상담, 가정통신문을 통해 결과를 수집하여 정리해야 하는 일이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조사하는 경우 시간에 맞춰 제출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
그런 경우 일단 처음부터 성실하지 못한 아이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별히 3월에는 저녁 밥상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정통신문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중.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부모 사인을 위조해서 제출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은 특별히 매일 확인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가정통신문을 잘 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정통신문과 함께 학교 홈페이지에 등록된 파일을 꼭 확인해봐야만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올해부터 고교학점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학교가 많다.
아이들에게 최대의 선택지를 주기 위해 선생님들은 전보다 여러 과목을 맡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지리학과 교사라면 경제지리 세계지리 한국지리 등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세 과목을 다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오직 한 반 수업을 위해 수업연구를 해야 하고 하루에도 3개 4개 이상의 교과목을 번갈아 가르쳐야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교사들은 갈수록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교과 담당 선생님들의 새로운 지도방식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날 배운 것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한 달간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는 기간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아이들로부터 공부는 왜 해야 되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공부를 해본 적이 있냐고 되묻는다.
열정적으로 공부를 제대로 해본 아이들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공부는 1등을 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성실함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꾸준함을 통해 성장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반 아이 중에 공부를 싫어하는 친구가 있었다.
동아리 활동으로 탁구반을 선택해서 열심히 탁구를 쳤다.
가끔 내가 퇴근할 때도 남아서 탁구에 몰두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곤 했었다.
실력이 점점 늘어 체육선생님이 학교 대표 선수로 내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나는 그 아이와 상담을 통해 공부도 탁구와 다르지 않음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었다.
연습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만큼 성적도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려서부터 예습 복습과 수업시간의 중요성에 관해 많이 들어보았다.
들어서 많이 알고는 있지만 정작 그대로 실천해 본 적이 있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달리기 출발선 같은 3월에는 누구나 잘 뛸 수 있다는 희망과 열정이 있는 달이다.
부디 올해는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잘 듣고
-그날 배운 것을 즉시즉시 복습하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오늘 배울 내용의 큰 글씨만이라도 한번 읽어보며 수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해보는 예습을 일단 실천해보자!!
결국 성실함과 꾸준함을 배워내는 것이 공부하는 목적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대학에서는 성실한 학생, 즉 성적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