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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Apr 12. 2022

4월은 잔인한 달

-서열이 정리되는 시간-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긴 장편시 황무지의 첫 소절은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한다.

사람들마다 4월이 왜 가장 잔인한지 해석은 다르다. 

내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4월은 잔인한 면이 크다.  

아이들이 체감하는 4월은 꿈에 부풀던 3월의 출발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한 달 만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서로 대체적인 특성 파악을 끝낸다.

가령 어떤 선생님은 숙제만 내주고 검사는 잘 안 한다,

어떤 선생님은 엄한 편이어서 조용히 수업을 하지 않으면 뒤에 서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잔소리가 심한 선생님, 수업을 재미있게 잘하는 선생님 등등 아이들 나름의 소위 간 보기가 

다 끝난 시기이다.

그래서인지 4월의 학교는 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선생님들은 3월은 새로운 업무 폭주로 힘들어지다가 4월부터는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진을 빼기 시작한다.


특히 아이들끼리도 친한 친구가 생기기 시작한다.

또래집단의 특성상 자기들끼리 결속이 강해서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에게 휘둘려 1년 내내 학급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도 있다.

3월을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한해의 학급 분위기가 결정된다.

사회에서 법이 있는 것처럼 3월은 아이들과 함께 학급의 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잘 지키며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간이었다면 4월은 그 규칙 안에서 책임감과 성실함이 관찰되고 평가되기 시작한다.


특히 좌석 배치 방법이나 청소구역 정하기 등은 아이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가장 시빗거리가 되는 것은 아침 조회시간에 핸드폰을 걷는 일이었다.

가방 속 번호 밑에 핸드폰을 넣은 주머니가 유독 남학생들에서만 빈칸이 많았다.

집에 핸드폰을 두고 왔다는 거짓말 일색이지만 처음에는 속아주는 척한다. 

그리고 수업 중에 핸드폰이 울리면 무조건 일주일간 핸드폰을 압수하기로 아이들과 한 약속을 상기시켜 주었다.


수업이 한창일 때 빈칸에 있는 아이들 번호로 전화를 하자 교실에서 손뼉 치며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딱 걸린 것이다. 설마 선생님이 수업 중에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당황하며 핸드폰을 가져왔다.

또 핸드폰을 뺏기면 가끔 공 기계를 가져와서 바꿔달라는 아이도 있고 유독 핸드폰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더욱 엄격한 원칙이 있어야만 한다.


나는 올림픽 경기를 대비해서 연습 때도 똑같은 환경에서 연습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해준다. 대입에서 핸드폰을 수거해 가는데 귀찮다고 내지 않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잠시 음악을 듣다 다른 수험생들에게 적발되어 그해 수능시험 무효는 물론이고 다음 해 1년간 시험 응시자격 정지된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다.(해마다 그런 아이들이 80명쯤 된다) 연습도 실전처럼.... 그러면 더 이상 논쟁은 벌어지지 않는다.


4월이 잔인한 이유는 학업이나 모든 면에서 서열이 정리되는 시기이다.

3월 출발 때는 모두 당당하고 동등한 출발선에 선 것 같지만 한번 시험을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서열이 정리된다. 

아이들은 누가 수업시간에 칭찬을 받는지, 누가 발표를 잘하는지, 누가 시험을 잘 보는지 서로를 평가하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은 똑같이 주어진 실험시간에도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멀찍이서 구경하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또 음지에서 활동하는 아이들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서열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4월에는 학교폭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대부분 1학년으로부터 제보가 나오는 편이지만 설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기는 쉽지 않다.

가장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끊임없이 은근히 괴롭히는 주변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잔인한 건 학교 수업을 마친 후에 쉴 틈도 없이 또 다른 학원이라는 스케줄을 소화해 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자신이 필요로 하고 원해서 다니는 것은 예외지만..)

아이들에게는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오늘 배운 내용 중에 무엇이 궁금하고 재미있었는지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은 중학교 때까지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학원을 다녀야 그런대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진이 다 빠지고 공부에 대한 호기심을 다 잃어버린 채로 고등학생이 된다. 그리고 중학교 때 했던 방법 그대로 이곳저곳 학원을 전전하면 성적이 오를 줄로 착각한다. 그러나 진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다르다.

특히 요즘 같이 중간고사를 앞두고는 더욱 다니던 학원도 안 다니고 내신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내신 출제자는 학교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시간표는 단순할수록 좋다. 그래야만 집중력이 생기고 호기심도 생기며 자신이 잘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등을 구별해낼 수 있다.

안 좋은 방법으로 무조건 열심히만 해서는 결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개나리 벚꽃, 목련 등 화려한 봄꽃에 취해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아름다운 세상이 눈에 들어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으로 자신의 속도에 맞게 배우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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