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잔소리는 감정을 자극해요-
“엄마 마스크 잘했지? 여길 꽉 눌러야 한다니까!”
우리 집 공주 애완견의 산책을 위해 매일 1시간 정도 집 밖을 나갈 때마다 어김없이 딸의 잔소리는 시작된다.
그전에는 각자 바쁘게 지내다 보니 가족이라도 오래 붙어 지내질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하루 종일 붙어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서로를 관찰할 시간이 많아졌다.
딸은 지나친 완벽주의자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행동이 모두가 어설퍼 보이는지 마스크까지 눌러주며 잔소리를 해댄다. 나는 2019년 겨울 강연 갔다 오다 갑자기 힘이 쭉 빠지며 강남 한복판에서 쓰러졌던 적이 있었다. 감기로 몸이 안 좋았지만 예정된 일이라 미룰 수 없어 간신히 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때 병원에서 일주일 입원을 권할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그 뒤로 코로나가 발생하게 되니 가족들이 나를 지나치게 걱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딸은 코로나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지나치게 예민해졌다.
밖에 나갔다 온 날은 머리에서 열이 나는지 몇 번이나 되묻곤 목이라도 조금 아픈 것 같으면 공황이 와서 밤새 잠을 설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딸을 안심시키려고 오프라인 강연은 물론이고 교회 출석도 온라인 예배에 참석하며 사람 만나는 일을 자제해왔다.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생각에 집에서만 지냈는데 이러다 평생 이렇게 살게 될 것 같아 우울할 때가 많다.
그리고 전에 없이 쏟아내는 딸의 잔소리에 화가 나기도 한다.
“엄마! 비타민이랑 오메가 ”
“알아서 아까 다 챙겨 먹었어 ”
“엄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으면 눈 아파 뭘 자꾸 하려 구해? 그냥 영화나 보고 푹 쉬슈”
나는 기왕 코로나로 발이 묶인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준비하며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매일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생활하려고 애쓰고 있다.
엄마를 위해서 그러는 마음은 알면서도 나는 딸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 제일 화가 난다.
“엄마는 네 딸로 태어났으면 벌써 가출했을 것 같아”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대는 딸에게 진심으로 한 말이다.
잔소리는 생각하는 뇌를 멈추게 한다고 한다.
내 생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다가도 잔소리를 들으면 괜스레 짜증이 나고 하기 싫어진다.
좋은 엄마는 말은 줄이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필요를 생각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도록 가이드해주는 역할만 해주면 된다.
나는 요즘 딸의 지나친 염려와 걱정 속에
매일 시들어가고 있다.
한창 좋은 사람도 만나고 바쁘게 지내야 할 나이에
온통 신경을 나에게만 쓰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
부모들도 아이들 성적만 바라보고 잔소리를 해댄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올해는 부디 좋은 인연을 만나 건강 염려증에서 벗어나 행복한 딸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