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가 성적을 가른다

-시험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

나는 학급 담임을 맡을 때마다 우리 반 아이들 모두 오답노트를 만들도록 방침을 정했다. 아이들은 일단 시험이 끝나면 자신이 무엇을, 왜 틀렸는지 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다. 왜 틀렸는지 반드시 눈으로 확인해보고 그 문제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시험을 잘 볼 수 있다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아이들은 오답노트를 만드는 일을 가장 싫어했다. 

시험에서 틀린 문제가 많은 아이들일수록 오답노트로 정리할 게 많다. 한 달 내내 거기에만 매달려도 다 못해내는데, 다음 시험이 돌아오면 또 정리해야 할 오답노트가 쌓이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잦았다. 그래도 나는 일일이 다 체크해서 검사하는 열성을 발휘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했다. 하루는 반장이 음료수를 들고 교무실로 찾아왔다. 평소와 달리 몸을 꼬며 애교 섞인 말로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이번 한 번만 오답노트를 안 하고 넘어가면 안 될까요? 오답노트는 안내지만 각자 알아서 공부할게요” 나는 아이들의 부탁에 중간에서 어쩔 수 없이 심부름을 온 반장의 입장을 고려하여 종례 시간에 아이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반장이 선생님 마음을 움직여서 이번만은 오답노트를 안 내도 좋아”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일제히 환호하는 소리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대신 선생님이 원할 때 아무 때나 다른 방법으로 너희들이 공부했는지 꼭 확인할 거야.” 

오답노트를 안내도 좋다는 말에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내가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신에 나는 전에 봤던 시험지의 여분을 확보해두었다. 3주 후에 진짜 시험처럼 시간을 지켜서 다시 문제를 풀어보게 했다. 한번 보았던 문제니까 당연히 점수가 오를 줄 알았는데 결과는 딴판이었다. 앞서 틀렸던 걸 또 틀린 아이가 대다수였고, 성적이 오른 아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성적이 오른 아이들은 늘 하던 대로 자신만의 오답노트를 만든 아이들이었다. 나는 오답노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아무리 근거를 제시해도 그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을 직접 당해보기 전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험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시한번 오답노트의 중요성에 대한 잔소리를 할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풀 때는 각자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정답을 찾는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으려면 그 근거를 확실히 눈으로 확인해야 바로잡을 수 있어. 그래서 오답노트를 통해 그걸 확인하게 해주려고 한 거야.” 

그 후로 우리반은 시험이 끝나면 시키지 않아도 오답노트를 만들어 공부하고 노트를 제출하는 일이 습관처럼 자리잡을수 있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점수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과정이다.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아보도록 하는데 시험의 중요한 효과가 있다.

성적 우수자들은 이런 노력을 꾸준히 오래 하여 지식이 제대로 쌓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아이들보다 실력 차이가 크게 난다. 자신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