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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Feb 21. 2023

아들 키우기 힘드신가요?

-같은 자녀인데 아들과 딸 왜 이렇게 다를까? -

출근해서 청소지도를 마치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려는데 교장선생님의 긴급호출이 있었다.

교장실 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술 냄새에 교장선생님이 술을 많이 드시고 출근한 줄 알았다.

“아니 학생이 이렇게 술 퍼먹고 등교해도 되는 거야?”

가만히 보니 교장실 소파에 앉아 있는 1학년 남학생 OO가 눈에 들어왔다.

“교장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잘 지도해 보겠습니다”

나는 OO를 납치하다시피 하여 데리고 나왔다.

학년교무실로 올라오면서 나는 어이없게  피식 웃음이 났다.

“술을 퍼먹고도 학교는 와줘서 참 고맙네”

아이는 혼날 줄 알고 잔뜩 긴장하였다가 나의 의외의 반응에 오히려 멋쩍어했다.

물을 끓여 컵라면을 말아주며 물어보았다.

“이렇게 술을 먹은 이유를 말해줄 수 있니?”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 라면 먹듯 술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제가 요즘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겨서 용돈을 아껴 장미꽃을 샀죠. 

자율학습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사귀자고 고백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가 뭐라는 줄 아세요?”

아이는 잠시 흥분한 듯한 표정으로 “공부도 못하는 깡패새끼가... 내가 만만해 보이니?” 라며 꽃을 길거리에 패대기를 쳤다고 한다.

아이는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소주 4병을 먹고 등교하다 학생부장님께 붙잡혀 교장실로 넘겨진 것이다. 사실 이 아이는 전교에서 유명한 일진 짱이다. 나는 자그마한 키에 장난꾸러기 정도인 줄만 알고 걸레를 던져주며 사물함 위 먼지를 좀 닦으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 주변에 있던 아이들 여러 명이 동시에 일어나서 “선생님 제가 닦겠습니다”라며 서로 걸레를 잡으려고 했었다. 나는 요즘 보기 드문 착한 아이들이라고 칭찬해 줬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짱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해 6월부터 우리 학교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부장님 OO이가 죽을 것 같아요” 식당에서 마주 앉은 2학년 담임교사가 환하게 웃으며 한말이다. 

“왜? 상사병으로?”

“아니요 공부하다가 죽을 것 같아요”

나는 의외의 소식에 기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OO 이를 불러보았다.

“너 요즘 공부 열심히 한다고 선생님들 칭찬이 자자하더라”

“갑자기 마음이 달라진 이유가 뭐야?”

“깡패새끼가 공부하면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요”


OO 이는 매 시간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질문해대는 통에 선생님들이 진도를 못 나갈 정도였고 그 반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쉬는 시간까지 잡혀서 수학을 가르쳐야만 했다. OO 이는 1학년때는 대부분 7,8등급이었는데 2학년 중간고사 이후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서성한에 속하는 대학에 합격하여 선생님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주변에 보면 공부를 못하다가 미친 듯이 공부하여 서울대에 합격했다며 강연 활동을 하는 강사들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남자이다.

이렇게 갑자기 달라지는 이유가 뭘까?

내가 만난 남학생들 대부분은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부모가 아프거나 집안의 어려움 등으로 자신이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나에게 자신을 강하게 채찍질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리고 달라진 모습으로 공부에 푹 빠져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던 아이들을 많이 봐왔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잘 활용하여 네가 괜찮은 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자존심을 잘 살려주면서 기다려 주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들을 키울 때는 딸보다 더 오~~ 래 기다리시라고 매번 말씀드린다. 

기다림이 정말 어려우시다면 종교의 힘을 빌어보시길.....

(이 내용은 제가 30년간 아이들을 관찰하고 상담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딸 아이들에 대한 관찰은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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