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옹졸함을 깨닫게 한 두 개의 달걀-
“저 달걀 15개짜리 두 개 주문하셨죠? 그런데 각각 하나씩 깨졌어요”
“그래서요? (어쩌라고요...)”
“그럼 다시 가져다 드릴까요?”
“당연한 것 아닌가요?”
나는 예상하지 못한 마트 배송직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끊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나한테 전화한 이유는 양해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매몰차게 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서로 말해야 할 대사가 바뀐 것 같아 당혹감에 너무 센 발언을 했나 싶다.
그냥 자연스러운 대사는
“죄송합니다 배송 중에 달걀 두 개가 깨졌는데 다시 준비해서 가져다 드릴게요.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냥 주셔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이런 게 아닐까?
몇 시간 뒤에 달걀을 제외하고 다른 물건들이 배달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달걀이 다 떨어져서 주문을 했다. 무료배송을 맞추려고 생수와 여러 가지들을 부가적으로 주문한 것인데 하필 달걀만 받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금방이라도 다시 가져다줄 것 같아 다른 곳에서 살 수도 없어서 딸이 먹고 싶다던 김밥 만들려는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배달이 끝날 늦은 시간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일요일은 휴무일이어서 월요일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매주 로또 복권으로 날리는 만원에는 아무 감정이 없었는데 배달 안 된 계란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월요일 배송이 시작되는 시간까지 기다려 지난 토요일 나에게 걸려온 전화번호로 지난번 깨져서 누락된 계란 두 박스 오늘 언제쯤 배송이 가능할까요?라는 문자를 남겼다.
전화로 확인해 볼까 하다 운전 중일 것 같아 문자를 남긴 것인데 아무 대답이 없으니 답답했다.
한참 후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모두 배송 완료로 처리되어 있다며 배송 기사로부터 받은 문자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냐고 했다. 나는 토요일에 걸려온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고객님 저희 배송기사님들은 모두 뒷번호를 9 OOO을 쓰거든요 이런 번호는 저희 배송 기사님의 번호가 아닌 것 같은데요”
나는 혹시나 다른 번호를 알려줬나 해서 다시 찬찬히 지난 토요일 통화기록을 들여다봤다. 아무리 봐도 그 번호밖에 없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럼 일단 제가 그 매장 쪽에 알아보고 배송이 안 되었다면 오늘 9시 이후로 배송해드리겠습니다” 나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달걀 두 개 때문에 이렇게 며칠간 마음을 쓰고 있는 이런 상황이 너무 짜증이 났다.
배송 기사 번호가 아니라더니 확인이 되었는지 다음날이 되어서야 12시쯤 문 앞에 달걀 두 판이 (15개씩 두 개) 놓였다.
이미 기분은 상했지만 딸이 먹고 싶어 하던 김밥을 싸기 위해 달걀 5개를 따로 내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달걀을 깨서 그릇에 담는다는 것이 달걀을 싱크대에 버리고 달걀 껍데기를 그릇에 담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혼자 쓴웃음이 났다.
달걀 두 개 때문에 며칠을 속 끓였는데 결국 내손으로 두 개를 버리게 된 셈이었다.
무거운 생수를 날라다 주는 고마운 배송 기사님의 어려움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지 못한 나의 옹졸함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 같았다.
어쩌면 착한척하면서 전혀 그렇지 않은 이기적이고 속 좁은 나를 대면한 것이 더 불편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기꺼이 괜찮다고 웃으며 말해주리라 결심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오늘 배송 만족도 평가하기에 ‘대박 감동받았어요’를 꾹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