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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Dec 05. 2022

극적인 결과

-16강이 주는 의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의 열기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들 했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이 아무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16강 진출을 위한 포르투갈과의 경기시간에도 우리 집은 큰 기대 없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갑자기 아파트 주민들의 함성 소리는 대충 우리가 골을 넣은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아파트가 들썩였다.


예전에 아들은 시험기간인데도 새벽에 몰래 일어나 소리를 죽여가며 축구경기에 빠져 걱정하게 만들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학급에서 TV로 중계방송을 보게 해 달라는 건의 때문에 수시로 교장실을 들락거리며  아이들과 함께 응원을 한 추억도 있다. 또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는 큰맘 먹고 티켓을 끊어 아들에게 선물했었다.  지금도 아빠와 함께 얼떨결에 아일랜드 팀 속에 앉아 같이 응원했었던 이야기를 하며 두고두고 추억하는 걸 보니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따로 나가 살다 보니 아무도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쩌다 남편과 같이 보면 우리나라는 매일 백패스만 한다며 핏대를 세워 잔소리를 해대니 듣기 싫어서

채널을 다른 데로 돌려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가족 대화방에서 아들이 가나와의 경기에 앞서 “여러분 오늘 축구 보세요

저는 0:0으로 예상합니다”라고 먼저 대화를 해왔다.

모두 다 자신의 예상을 말하고 만원씩 내기를 했다

나는 1:0으로, 딸은 2:1로, 남편은 2:0으로 모두 진다고 예상했다.

 우루과이전에서 너무 수비 위주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골을 넣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그렇게 했지만 이기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았으리라...


 가나가 2골을 먼저 득점하여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엄마 생각해보니까 오빠가 제일 나쁘네.... 0:0이라는 게 뭐야 둘 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잖아

너무 둘 다 무시한 거 아니니?”

“나는 이기진 못해도 한골은 넣을 듯 만원씩 미리 준비하고 계셔요”

결국 3:2로 아쉽게 패해 누구도 내기에 이기진 못했지만 1점 차이를 맞춘 건 엄마랑 둘이 승자라며 딸의 섭섭함을 달래주었다.


자력만으로는 16강에 오르지 못할 불리한 조건임에도 우주의 모든 기운이 함께 도왔는지

우리나라가 조에서 가장 강한 포르투갈을 상대로 2:1로 이겼다.

 우루과이는 2:0으로 이기고도 승점에서 16강에서 떨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우루과이의 공격수 수아레스 선수가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모습과 함께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쁨의 함성이 함께 보였다.

우리가 우루과이의 입장이었다면 온 국민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했을지 모르겠다.

남편은 가나 초콜릿을 한 박스 사 오라며 끝까지 수비를 잘해 승점에서 이기게 해 준 가나를 칭찬했다.


혹자는 16강에 올라가 봤자 한 게임 더 하는 것뿐인데 웬 난리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브라질을 상대로 8강까지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일이다.

하지만 16강이 주는 의미는 우리가 넘을 수 있는 산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일단 넘을 수 있는 산을 자주 넘다 보면 그다음으로 높은 산도 점령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일 새벽에 열릴 브라질전에 앞서 잘 맞춘다는 AI가 3:0으로 우리나라가 패배할 것이라고 점쳤다고 한다.

이기고 지는 결과에 상관없이  응원을 위해 딸과 함께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를 잔뜩 사들고 왔다.


월드컵의 열기로 인해 그동안 나라 안팎의 크고 작은 뉴스를 다 덮어버렸다.

월드컵 기간이 좋은 이유는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이라서 인 것 같다.

이제 월드컵이 끝나고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서로를 미워하고 비방하고 삿대질하던 손가락이 함께 포개져서 기도하는 손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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