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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Nov 18. 2022

사랑도 때가 맞아야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입니다

“오빠! 오빠 여자 친구가 오빠 등골 빼먹지 못하게 내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할 거야”

(오빠 여자 친구에게) “너 그거 못 보던 가방이다 설마... 우리 오빠가 사줬니?”

“이리 내놔 내가 적당한 걸로 바꿔줄게”


오랜만에 아들이 집에 오는 날은 모처럼 네 식구가 모이게 되니 평소 하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들도 많이 하게 된다. 딸이 오빠에게 여자 친구가 있나 떠보겠다며 농담으로 던진 말이다.

아들은 딸의 장난스러운 농담에 소리 내어 웃어준다.


“엄마! 오빠가 엄청 웃는 것 보니까 여자 친구 없네 없어”


“오빠! 직장 상사도 괜찮아 한번 생각해봐 멀리서 찾을 생각하지 말고....”라는 말에도 웃어넘긴다.

언젠가 직속 상사가 2살 연상의 여자라는 말을 했던걸 기억해내고 딸이 또 싱거운 소리를 해댄다.


둘 다 미혼인 아들 딸의 대화는 매번 서로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다.

아들의 친구 중 반은 결혼을 했는데 그중에 반은 벌써 돌싱이 되었다고 한다.

“내 친구도 갔다 온 애 많아 ”

“결혼해서 사는 친구들이 딱히 부럽지도 않고... 난 그냥 혼자 살 거야” 라며 딸은 벌써부터 솔로를 선언했다. 그래서 아직 일말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아들의 연애 소식은 온 식구의 관심사이다.


사실 아들에게는 가슴 아픈 연애 스토리가 있었다.

 딱 한번 결혼하고 싶은 여자 친구가 있다며 나에게 소개한 적이 있었다.

같은 대학 친구로, 3년간 만났는데 군대를 다녀온 후 복학생 신분인 아들과 달리 억대 연봉을 받는 사회초년생으로 잘 나가고 있었기에 굉장히 초조해했었다.

멈춰진 군대 2년의 시간이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동갑내기 커플이었다.

당시 여자 친구 집에서 결혼은 물론 더 이상의 교제도 반대했던 것 같다.

나도 직감적으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여자 친구의 부모라도 그랬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한동안 마음을 잡기가 힘들었던 것 같았다.

물론 오래전 이야기라 이미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겠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여자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이지 독신을 고집하는 건 아니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내가 속해있는 모임의 카톡 프로필은 대부분 사랑스러운 손자들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지난 3년간 재택근무에 사람들과의 거리두기는 미혼들에게는 더욱 가혹했던 시간들이 아닌가 싶다.

올해는 부디 자만추에 성공해서 행복해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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