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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Dec 22. 2022

익숙해야만 안심이 되는 마음

--노인이라고 디지털세계를 멀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

주식 창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남편이 갑자기 당황스러워했다.

핸드폰이 갑자기 그대로 멈춰 마치 ‘얼음’ 상태가 된 것이다.

꺼지지도 켜지지도 않는 핸드폰을 붙들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나는 이런 증상이 생길 때 어찌하면 좋을지 검색을 해주었다.

10초간 꾹 눌러보라는 비법대로 눌렀더니 다행히 핸드폰이 꺼졌다.

이제 다시 잘 켜지기만 하면 될 터인데....

그런데 그 뒤로 다시는 켜지지 않는 핸드폰이 된 것이다.

간절한 손짓으로 여러 번 시도해 봐도 다시 얼음이 되어버렸다.

나는 직감적으로 핸드폰이 운명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토요일은 모든 서비스센터가 휴무일이니 월요일까지 기다리기 어려울 것 같았다

“여보! 이제 LG가 핸드폰에서 손 뗀다고 했으니까 이 기회에 갤럭시폰으로 바꾸는 게 어때?

남편은 물건도 자기가 놓은 그대로 있어야만 안심을 하고 늘 같은 미용실, 같은 음식점등 새로운 것으로 변화하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사더라도 전과 똑같은 모델의 폰을 사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손님 이제 갤럭시폰으로 바꾸셔야 해요. LG제품은 다 단종되어서.... 사셔도 AS 받기도 힘드세요”

난감한 표정을 짓는 남편을 향해 가장 비슷한 모델을 추천해 주었다.

여러 가지 기능이 많은 것도 싫고 그저 주식이나 하고 신문기사를 읽는 정도면 된단다.


 스마트폰으로 처음 바꿨을 때도 자기는 폰 바꾸는 게 싫다며 화를 내기까지 했던 사람이다.

 나는 011 번호가 다 없어지고 모두 010으로 바꾸어야만 한다는 핑계를 내세워 강제로 스마트폰 세계로

입문시켰다. 썩 내켜하지 않는 남편에게 손안에 컴퓨터를 갖고 다니는 것이라 이해시켰다.

한동안 스마트폰에 적응을 못해 며칠 짜증을 내더니 이제는 반나절만 사용을 못했는데도 궁금한 세상 소식이 끊긴 것 같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개통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새로운 폰에 적응해야 할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머리까지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


“앞으로 새롭게 배워내야 할 게 얼마나 많을 텐데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래”

“운영체계가 똑같으니까 5분이면 금방 적응될걸?”

나는 새 폰을 받아와서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편에게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며 응원했다.

가급적 모른 척하고 있었더니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하는데 20분 동안 대기 중만 뜬다고 혼자 투덜거렸다.

둘이 씨름을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니 남편은 더욱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귀가한 딸의 도움으로 우리 집 와이파이부터 등록을 하고 나서야 필요한 앱을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어이없게도 와이파이 설정도 안 하고 씨름을 했었다)

딸은 웃으며 “노부부만 사는 게 이렇게 위험합니다” 라며 어쩔 수 없이 평생 우리와 함께 살아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디지털 세계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일들을 다 알지는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것이 편해 e북보다는 종이책이 더 좋고 제베토에서 내 아바타를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쓸모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내 생활에 밀접한 디지털 세상에는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

그리고 혹여라도 우리같이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노부부를 위해 디지털튜터로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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