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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Jan 14. 2023

저기해서....저기하잖아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마음의 언어-

“엄마! 그냥 운동삼아 한 바퀴 돌아보자 꼭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

코로나 이후에 달라진 게 있다면 딸의 관리하에 놓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  딸은 얼굴 보기도 힘들게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최근 3년간 수입을 위한 외출 빼고는 친구나 어떤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심심해진 딸은 매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나만의 루틴이 다 깨져버려 가끔 이런 상황이 불편하고 힘들다)


오늘도 그냥 돌기 심심하니 애견을 개모차에 태우고 갈 수 있는 아울렛 매장을 한번 둘러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딸이 예쁜 옷을 입고 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희망하며 흔쾌히 길을 나섰다.


“엄마 이거 한번 입어봐 너무 이쁘잖아”

자기는 아무 옷이나 다 이쁘다며 일단 엄마 옷부터 한번 보자고 했다. 본능적으로 가격표부터 훑어보니 7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아휴 엄만 그런 스타일 안 좋아해”라고 가격부터  맘에 안들어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딸은 나에게 억지로 옷을 입혀버렸다.

튼실해진 내 몸을 다 감싸기엔 부족하여 깽기는 듯한 모습을 보더니 매니저 언니가

“좀 저기하시죠?”

그말을 듣는 순간 딸이 배를 잡고 웃는다.

매일 내 이야기의 반은 저기해서 저기하다로 끝난다고 흉을 보곤 했었다.

“우리 엄마만 저기한줄 알았는데 매니저님도 저기하시네요”


예전에 우리 엄마와 이모의 대화 속 대부분도 저기해서였다.

신기하게도 저기하다고 말하면 이모는 무슨 말인지 척척 알아듣고 대답하곤 했었다.

어느새 나도 그런 모습이 되어 있어나 보다.



“ 우리가 저기하게 다녔던데 있잖아”

“남산?”

“오늘 비 오고 저기한데 뭐 먹을까?”
 “수제비?”

딸은 엄마가 아무리 저기해도 잘 알아듣는 아빠가 더 신기하다며 둘이 퀴즈대회에 나가보라고 놀려댄다


저기는 서로 마음이 통할 때 알아듣게 되는 마음의 언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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