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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Apr 18. 2023

할 일이 있다는 것

-나는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건 내 마음에 공감해줄 친구와 돈이라고 한다.

절대적으로 공감가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퇴직 후에 주말의 특별함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늘 주말 같은 평일!... 뭐 그런 생활이다.

강연이 특별히 수, 목, 금요일에 많아서 대부분 월요일도 주말 같은 날이 많다.

직장인들에게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만큼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낸 평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생겼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80이 훌쩍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 때문이다.


 우연찮게 거리를 걷다가 뻥튀기를 하는 할아버지의 리어커를 발견했다.

쌀이나 누룽지, 옥수수 등을 뻥튀기려는 할머니팬들의 행렬이 제법 길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되었다.

나는 유난히 맛있는 강냉이를 월요일을 기다려 한봉지씩 산다.

때로는 한 봉지에 삼천원, 때로는  세봉지에 오천원, 네봉지에 만원하는 할아버지의 이상한 계산법대로 군말 없이 돈을 드리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아파트 주변 공원에 자리 잡은 할아버지의 리어커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 연세에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럽기까지 하다.

 할아버지는 자기만의 확실한 루틴이 있다.

화요일에는 OO아파트 큰길, 수요일에는 OO아파트 입구 큰 벤치옆, 이렇게 금요일까지 우리 동네 아파트 어딘가 그 장소에 나와 계신다.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주말에는 휴무인 주말을 즐기시는 멋쟁이 할아버지다)

그리고 오늘같이 비가오거나 험살 궂은 날에는 아쉽지만 할아버지를 볼 수 없다.

나름 지나치게 춥거나 더운 날에는 건강관리를 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

현금으로만 거래해서인지 가끔 잔돈을 바꿔주실 때 마치 “오빠 돈많지?”하며 자랑하듯

두툼한 돈뭉치를 꺼내 정확하게 거스름돈을 내어주는 총기까지 보이신다.

귀가 어두워서 할아버지 뒤에서 “강냉이 주세요”하면 반응이 없을 때가 있지만

그럴 땐 뻥튀기를 기다리던 손님들이 자청해서 강냉이를 담아주곤 하는 팬층이 두터운 할아버지시다.


나이 들어서 여자들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해야 할 집안일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래서 요즘 남편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조금씩 부엌일을 내주고 있다. 기꺼이 주방 보조역을 자청하며 남편이 해내는 어색한 요리에 엄지를 치켜 올리며 맛있다고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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