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해를 돕는 학부모회의가 되어야...-
매년 3월이면 학부모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들의 학교생활 적응여부일 것이다.
며칠 전 인스타에는 벌써부터 새로운 담임에 대한 고발성(?) 글이(매사에 짜증을 내고 신경질적으로 아이들을 대한다고 함) 올라와 많은 학부모들이 공감을 누른 것을 볼 수도 있었다.
사실 학부모 못지않게 선생님도, 아이들도, 3월은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적응으로 모두 초 긴장상태이다.
상대적으로 친절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애쓰는 선생님도 있고
무섭고 엄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아이들이 규칙을 잘 따르도록 지도하려고 하기도 한다. 맨 처음 너무 엄격하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수업을 해서 무서워하던 선생님도 수업을 재미있게 잘하고 가끔 웃는 얼굴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갈수록 더 좋아한다.
반면 처음에는 친절했는데 갈수록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듣고 무질서하게 되니 매사에 짜증을 내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선생님도 있다. 이런 경우 아이들에게 욕을 배로 먹게 되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 담임교사가 되고 만다.
3월 한 달이 1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출발점이 좋아야 결국 골인 점에 좋은 성적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는 입학과 졸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는 학부모총회이다.
3월 중순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총회를 한다.
3월 말까지는 구성되어야 하는 학교운영위원회 구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회장이나 반대표를 맡게 될까 부담스러워 총회에 절대 나가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직교사로서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는 꼭 참석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열일을 다 제치고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대체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학교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 참석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교행사는 1년의 계획이 다 나와 있다. 그래서 미리 시간을 빼놓을 수 있다. 학부모 상담주간이나 수행평가, 시험일정 등 예정된 날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조절하기 쉽다. 물론 자영업을 하시는 경우 직장인보다 어려울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하면 학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아이들과 대화가 잘 통하게 된다.
또 담임교사에게 참석한 학부모들의 명단이 전달된다.
3월에는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어떤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지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다른 학부모들과도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같은 학교, 같은 반 학부모는 서로 공통관심사가 많고 정보 공유할 사항도 많아서 동창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아들과 함께 했던 학부모 중에 지금도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결국 아이들은 부모를 닮기 때문에 부모를 만나 교류하다 보면 우리 아이의 친구에 관해 대충 파악할 수도 있다.
또 아이가 말하지 않는 정보도 엄마들 카톡방에서 쉽게 알 수도 있다
물론 학부모회의에 걱정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다.
간혹 유튜브에 3월 학부모 총회에 어떤 옷을 입고 갈까 등 서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부축이는 면도 있다.
명품 가방 대여부터.... 물론 아주 극소수에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런 특이한 경우로 학부모총회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학부모 모임에서 금기사항은 다른 아이와의 비교이다. 어렸을 때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는 모두 다 알고 있다. 처음에 빠르다고 모두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알면서도 옆집아이와 비교하여 결국 무리한 선행대열에 합류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포레스트 검프’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이다. 조금 모자란 듯한 지능을 가졌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자녀를 믿고 응원해 준 부모덕에 성공한 그의 인생이야기를 가끔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끝까지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히 성실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학부모회의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3월에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고등학교 같은 경우 주 1~2시간만 수업을 들어가는 담임교사도 많아서 아이들을 관찰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개별 상담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반편성 된 성적 외에는 크게 상담할 것이 없다. 그래서 3월에는 학부모 쪽에서 아이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 좋다.
남들이 알기 어려운 지병 이라던지 특이사항 담임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당부등....
그런데 가끔 학부모 중에 지나치게 겸손하신 분이 있다.
“선생님 저희 애가 좀 게으르고 너무 욕심이 없죠?”
(실제로 내가 담임 때 어느 학부모에게 받은 질문이다)
특별히 항상 그렇다고 여기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부정적으로 자녀에 관해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선생님들은 아직 아이들에 대한 관찰이 다 끝난 상태가 아니라서 잘 모르거나 학부모말을 새겨듣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실제로 싹싹하고 적극적인 아이를 게으르고 (지저분하게 자기 주변 정리를 안 하는..) 욕심이 없다고 판단하여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제외시킬 수 있다. 그래서 지나친 겸손은 금물이다.
이번 학부모총회 담임상담시간에는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선생님 우리 애가 집에서는 식구들에게 배려심도 많고 자기 물건 정리도 잘하고 자기일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데 학교에서도 잘하고 있겠죠?”